‘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금속활자본...캐나다 학술지에 등재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 학술지 ‘디지털 스터디즈’에 게재 이미지분석 기법 이용, ‘남명증도가’는 금속활자본 확인

2024-12-19     오재령 기자

한국의 금속 활자 인쇄 기술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 연구 논문이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 발행 인문학 학술지 ‘디지털 스터디즈(Digital Studies)’에 최근 게재되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논문은 유우식 경북대 인문학술원 객원연구원(공학박사)과 윤재석 경북대 교수가 공동 집필한 것으로, 1239년에 인쇄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이하 남명증도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남명증도가’의 두 판본인 공인본과 삼성본을 대상으로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로 촬영하고 분석해 연구를 진행했다. 픽맨(PicMan)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문자의 색상, 밝기, 잉크 농도 등을 정밀히 분석한 결과, 공인본이 금속활자로 인쇄되었음을 확인했다. 목판본은 먹색이 짙고 균일하게 인쇄되어 있으나 금속활자본은 먹색이 옅고 불균일해 반점 모양의 특징적인 문양으로 인쇄됐다. 이것은 먹의 표면장력 때문에 금속활자 표면에 고르게 뭍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으로 공인본이 금속활자로 인쇄된 것임을 보여준다. 

12월 10일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 발행 인문학 학술지 ‘디지털 스터디즈(Digital Studies)’에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공인본임을 구명하는 논문이 게재됐다.

1239년에 제작된 공인본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직지심체요절’(1377)보다 138년, ‘구텐베르크 성경’(1455)보다 216년 앞선다. 이는 금속 활자 인쇄의 기원이 한국에서 훨씬 앞선 시기에 시작됐음을 입증하며, 한국 인쇄 기술의 독창성과 세계사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논문이 게재된 ‘디지털 스터디즈’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문학 연구를 전문으로 다루는 학술지로, 이번 연구는 인쇄 기술과 문화유산 보존 연구에 있어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진은 고해상도 CMOS 이미지 센서를 사용해 공인본과 삼성본의 세부적인 디지털 이미지를 촬영한 뒤, RGB 밝기 히스토그램을 통해 잉크 톤과 문자 모양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비파괴적 분석 기법을 적용해 문서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세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유우식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한국의 금속 활자 인쇄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는 점을 확인한 것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이미지 분석 기술이 문화유산 연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윤재석 교수는 “공인본의 발견은 금속 활자 인쇄의 기원이 한국에서 시작되었음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다른 고대 문헌의 인쇄 기법을 탐구하고,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 인쇄 기술의 선진성과 독창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재령 기자 jjrabbit@beopbo.com

[1758호 / 2024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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