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출가·열반재일의 의미
출가와 열반, 삶으로 보여준 법문 출가, 진실한 자성 회복 의미 영어로는 ‘위대한 버림·포기’ 해탈, 욕망 불길 완전히 소멸 마지막 유훈 실천이 참 불자
석가모니 부처님은 태자로 태어나 음력 2월 8일 29세의 나이에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인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해결하고자 출가하셨다. 이후 많은 수행자와 철학자를 통해 진리를 구하다 더 이상 만족할 만한 해답을 구하지 못해 극심한 고행(苦行)을 하기로 마음먹고 6년간 피나는 고행에 돌입했다. 하지만 고행으로는 제일의제(第一義諦)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 고행을 버리고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에 들어 35세에 깨달음을 얻었다. 그후 45년 동안 불법을 전하다 80세에 열반에 드셨다.
출가는 진리를 위해 욕심과 아집을 떠나는 것이며, 진실한 자성(自性)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출가를 ‘크게 버리는 것’으로 부르며, 영어로는 ‘위대한 버림, 위대한 포기(Great Renouncement)’라고 번역한다. 출가재일 후 일주일 뒤 음력 2월15일은 위대한 스승인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날이다. 열반은 ‘타오르는 욕망(欲望)과 갈애(渴愛)의 불길을 완전히 꺼버린 상태’이며 ‘무지(無知)와 집착(執着)의 불길이 다 소멸’ 되었음을 의미한다.
붓다는 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오래 머물렀던 왕사성 영취산을 떠나 고국 사키야로 향하였다. 사키야로 가던 중 나란다의 암발라티카 숲에서 상수제자 사리불을 만나 법문했다. 또 사방으로 흩어졌던 제자들도 열반을 위해 길을 떠나는 스승을 직접 찾아뵙고 가르침을 청해 답을 얻었다. 이처럼 열반으로 가는 여정 또한 가르침의 장이었다.
부처님이 북인도 파바성에 이르렀을 때 대장장이 춘다가 올린 음식을 공양한 후 심각한 식중독을 앓게 되었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부처님은 춘다를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여래에게 올리는 공양의 공덕이 실로 크다고 제자들과 춘다를 위로하였다. 그러면서 슬품을 이기지 못하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아무리 사랑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도, 이별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태어나고 생겨나는 모든 것은 변하고, 사멸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죽음을 슬퍼 말고, 부디 정진하여라. 자신을 의지처로 삼고, 진리를 의지처로 삼아야 한다. 이제 그대들에게 당부하노니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이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다.” 그러고는 “아난다여 피곤하다. 눕고 싶구나”라고 말씀한 뒤 옆구리를 땅에 대고 열반에 드셨다. 부처님의 열반은 무상(無常)함을 여실히 보여준 법문이었다. 수행도 몸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유한하며, 수행할 수 있는 시간도 유한하다. 부처님이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이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고 남긴 마지막 유훈은 하루하루 늙고 변하는 자신을 향한 질책과 경책이다.
출가에는 두 가지가 있다. 몸으로 출가하는 신출가(身出家)와 ‘법화경’ 화택(火宅)의 비유처럼 번뇌 망상의 불이 활활 타는 집에서 뛰쳐나오는 심출가(心出家)이다. ‘유마경’ 불국품에서는 출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최상의 깨달음에 대한 마음을 내면 이것이 곧 위대한 출가이며 계(戒)를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불자는 위없는 바른 깨달음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고 대자비심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끝없이 정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야말로 출가열반재일의 참된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부처님의 유훈을 실천하는 참된 불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768호 / 2025년 3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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