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삶에 변화 줘야 생명력…명상상담 공인화로 역할 확장”

이필원 동국대 와이즈 캠퍼스 교수 철학에서 불교로…학문의 길 투신 초기경전 연구로 불교 본질 탐구 “불교가 현대인에 유의미한 메시지 못 주면 박물관에 갖힌 종교로 전락” 명상상담 법제화 추진 등 공인 진력 향후 ‘교육·강사진·양성체계’ 구축도

2025-03-14     박건태 기자
이필원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교수는 불교 신앙이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사유와 비판을 거친 ‘믿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좋은 도반’과 ‘좋은 스승’을 가까이 하는 것이 불교 수행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나모 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쌈마 삼붓따사(그분 세존, 공양받아 마땅한 분, 바르게 깨달으신 분께 귀의합니다). 오늘은 코살라 상윳따(Kosalā Saṃyutta)를 강독할 차례입니다. 코살라국은 당시 고대 인도에서 마가다국과 함께 강력한 왕국을 형성했습니다. …”

3월 9일 서울 종로의 한 오피스텔에서 한 명의 스님과 3명의 대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이필원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교수가 진행하는 경전 강독회가 열렸다. 강독회 시작 전, 참석자들은 오피스텔에 마련된 불단을 향해 삼배를 올리고, 삼귀의와 ‘자애경’을 외우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매주 경주에서 서울까지 왕복하는 강행군에도 이 교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래와 함께 공부하고 대화하며 성장하는 소규모 모임이야말로 불교 대중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짧은 말 속에서도 불교 대중화와 질적으로 우수한 불자 양성에 대한 그의 깊은 고민이 묻어났다.

이 교수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추천으로 청주 관음사 고등부 학생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친구들과 함께 절에 다니는 것이 좋았으나,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점차 불교에 심취하게 되었다.

이 교수가 불교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청주대 철학과 재학 시절 불교철학 강사로 학교를 찾은 김호성 동국대 교수를 만나면서였다. 김 교수의 강의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후 김 교수가 운영하던 서울 백화도량에서 생활하며 불교에 대한 탐구를 심화해 나갔다.

“김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불교는 신앙의 대상이자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철학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교를 연구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죠.”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한 후 석사 연구 주제로 초기불교의 ‘무기설’을 다루며 ‘원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학문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초기불교는 불교의 원류이자 대승불교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 일본 붓쿄대학(佛敎大學) 박사 과정에 입학해 초기 경전과 논서를 집중적으로 익히고 ‘비판적 경전 읽기’ 기법을 습득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불교의 실천적 측면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필원 교수는 일본 붓쿄대학 나미카와 다카요시(並川孝儀) 교수를 지도교수로 초기불교 경전을 연구했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음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피하셨습니다. 이는 그러한 질문이 깨달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이죠. 이는 실용적이고 경험적인 불교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또 일본 학계에서는 부처님의 원음에 가까운 가르침을 찾기 위해 철저히 문헌 비교와 사본 연구를 수행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경전의 성립 시기를 구분할 수 있었고, 특히 ‘숫타니파타’를 연구하며 초기불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이 어떻게 전승되고 변화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연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국내 불교계에 필요한 서적을 번역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그러면서 불교는 단순한 학문적 탐구를 넘어 실천적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학문과 신앙의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해왔습니다. 오래전 초기불교 사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리차드 솔로몬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는데, 솔로몬 교수는 ‘불교 문헌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에 흥미를 가지고 연구하지만, 나는 불교 신자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연구를 거듭하면서 오히려 신앙이 더 견고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불교 철학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대중에게 친숙한 불교를 강조한다. BBS초대석에 출연한 모습. 

이러한 그의 가치관은 불교 대중화에 헌신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가 생각하는 불교 대중화의 핵심은 ‘불교가 현대인의 삶에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불교가 더 이상 현대인에게 유효한 메시지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결국 박물관에 갇힌 종교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며, 불교의 현실적 가치를 부각하고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교는 단순히 학문적으로만 탐구되어서는 안 되며, 일상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난해하게 전달된다면 대중과 멀어지고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불교를 단순한 ‘지적 유희’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경험해야 합니다.”

특히, 그는 불교의 본질이 고통받는 대중과의 ‘상담’에 있다고 강조한다.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경전의 대부분은 부처님과 출가·재가 제자들 간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처님은 그들의 상황과 근기에 맞춰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약’을 처방하는 역할을 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불교의 본래 기능이 현대 사회에서 상담 분야로 구현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국가 공인 ‘명상상담’ 분야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불교복지문화연구소장, 한국종교교육학회 부회장,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장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연구와 실천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의 창립 멤버로 명상상담 체계를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회장을 역임한 뒤에는 학회의 법인 상임이사로 활동하며 명상상담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부부상담, 청소년상담, 중독상담 등 다양한 전문 상담 분야가 존재하듯, 명상상담 역시 독립된 전문 상담 영역으로 반드시 인정받아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정신과 의사가 진단과 치료를 하면서 명상상담 같은 전문 상담을 병행하도록 권장합니다. 예를 들어, ‘명상상담 8회 과정 권장’과 같은 처방이 내려지는 방식이죠. 이렇게 하면 상담과 의료가 서로 보완되며 환자에게 더욱 효과적인 심리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 정부가 추진한 심리 상담 자격 제도 법안에서 명상상담이 배제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를 바로잡고자 30여 개의 상담 관련 단체가 ‘온 국민 마음 건강을 위한 전문 상담사 단체 협의회’를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 명상상담이 포함돼 보다 포괄적인 법안이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과거에는 보건복지부가 심리학계 중심으로만 상담 제도를 논의했으나, 현재는 상담학회 및 명상상담 단체도 공식적인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명상상담의 법제화와 공인화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또한,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문상담사 법제화’ 법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매주 일요일 대학생을 상대로 초기경전 강독회를 진행한다. “또래와 함께 공부하는 소규모 모임이 불교 대중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명상상담의 전문화를 위해 그는 다음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첫째, 상담 학문에 적합한 전문 교육 커리큘럼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둘째, 그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교수진 양성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상담 실습과 체계적인 수련 과정을 구축해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전문가 양성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앞으로 명상상담이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자격을 갖춘 상담사가 전문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교수는 불교 신앙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사유와 비판을 거친 ‘믿음’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처님께서는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권위를 맹신하지 말고, 진리를 스스로 검증하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도 늘 이러한 비판적 사고를 강조합니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좋은 도반’과 ‘좋은 스승’을 가까이하는 것이 불교 수행의 핵심이라고 가르칩니다. 전법 일선에서 뛰는 많은 분과 불교를 배우는 사람들이 함께 불제자의 삶을 실천하며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바랍니다.”

박건태 기자 sky@beopbo.com

[1769호 / 2025년 3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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