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권 뒤덮은 화마, 천년고찰 의성 운람사 집어 삼켜
경상권서 산불 확산해 3월 23일, 운람사 전소 대웅전‧공양간 등 소실 전소 직전 탄생불 등의 성보를 박물관으로 이운
경상북도 의성을 포함해 경상남도 산청, 울산 울주 등 경상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며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성에서는 천년고찰 운람사(주지 등오 스님)가 3월 23일 화마의 피해를 입었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인근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날 오후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산불이 천등산을 넘어 운람사로 접근하자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본말사 스님들과 신도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보광전 내부의 아미타삼존불과 탄생불, 신중탱화를 비롯한 주요 성보를 조문국박물관으로 옮겼다. 발 빠른 조치로 인해 불상 등 성보는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방당국이 헬기를 동원해 방어선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한 불길이 결국 운람사 경내를 덮쳤다. 이로 인해 운람사 대웅전과 삼성각 요사채 2채, 공양간 등 총 6동이 소실됐다.
운람사 주지 등오 스님은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를 바라보니 가슴이 미어진다”면서도 “무엇보다 의성군민과 사찰 인근 지역 주민들이 무사한 것이 가장 큰 다행”이라고 전했다.
운람사의 본사인 고운사는 관계 당국과 협력해 피해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복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고운사 관계자는 “운람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사찰”이라며 “사찰 복원은 물론, 남아 있는 문화재의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불 피해 소식을 접한 조계종 총무부장 성화, 문화부장 혜공 스님은 3월 24일 화재 현장을 찾아 김학홍 경북 행정부시장을 만나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한편, 운람사는 의성군 안평면 천등산 아래에 자리한 사찰로,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경내에는 운람사 3층 석탑과 보광전을 중심으로 산왕각, 식암당, 조당, 객당 등이 있다. 이 중 보광전은 조선 후기의 건물로 추정되는데, 내부에 주불인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등의 금동 삼존여래 좌상이 있다. 운람사는 비지정 문화재이지만, 지역 역사와 불교 문화 연구에 있어 중요한 사찰로 평가받아 왔다.
백진호 기자 kpio99@beopbo.com
대구경북지사=류현석 지사장
[1771호 / 2025년 4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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