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연등공양의 의미 

간절함이 공덕을 크게 만든다 가난했지만 정성 가득 담아 작은 등불 올렸던 여인 난타 그 등불에 지혜 광명을 통해 중생 구제하려는 큰 뜻 담겨 

2025-04-04     덕산 스님

전국의 산과 들에서 매화 향기가 봄 바람을 타고 도량을 가득 채웠는데, 그 사이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목련꽃 망울이 활짝 피어 온 도량에 흰 꽃잎이 흩날린다. 

따뜻한 남쪽에서 흰색과 연분홍으로 화사한 벚꽃 길이 터널을 이루어가는 완연한 봄이 시작되었다. 봄꽃 나들이를 할 때 벚꽃과 함께 나란히 달린 연등길을 따라 가다 보면 작은 암자가 보이는 풍경이 봄 나들이객에게 낯설지 않다. 

특별한 믿음이 없는 이도 절 입구에서 시원한 약수를 한잔 마시고 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을 내려가기 전, 자신의 앞날을 부처님의 가호에 맡기는 심정으로 법당 안의 부처님 가까이에 수명(壽命)이 늘어나고 복(福)을 끌어당긴다는 인등(引燈)이나 연잎 모양을 본뜬 잎으로 만든 작은 봉축 연등(燃燈)을 켜고 나면, 한결 어깨가 가벼워진다. 또 앞으로 좋은 일들만 생길 것 같은 기대감과 함께 새로운 다짐, 새 희망을 안고 산길을 내려가게 된다. 

지금 전국 산사에서는 봉축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도량 대청소를 하고, 각양각색의 연등을 만들며 법당 안팎을 화려하게 장식[장엄·莊嚴]하고 있다. 

이러한 ‘연등공양’의 기원과 의미를 ‘현우경(賢愚經)’ 빈녀난타품(貧女難陀品)을 통해 알아보자.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난타는 사람들이 부처님께 등불을 공양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공양하고 싶었지만, 너무 가난하여 그럴 수 없었다.

난타는 밤늦게까지 구걸하여 겨우 1전을 얻었고, 이 돈으로 기름을 사려고 했다. 기름집 주인이 사정을 듣고 난타에게 기름을 넉넉히 주었다. 난타는 이 기름으로 작은 등불을 만들어 부처님께 올리고 간절히 서원하였다.

“이 작은 공덕으로 내생에는 지혜의 광명을 얻어 모든 중생의 어둠을 밝히게 하소서.”

그날 밤, 다른 등불은 모두 꺼졌지만 난타의 등불만은 밝게 빛났다. 이튿날 신통제일 목련존자가 불을 끄려 하였으나 꺼지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목련존자에게 말씀하셨다.

“그 등불은 신통한 너의 재주로도 끌 수 없다. 온 세상의 바닷물을 붓고 강풍이 불어도 꺼지지 않으리라. 일체중생을 구제하려는 큰 원력으로 보시한 등불이기 때문이다.”

이 말씀을 듣고 감동한 난타는 부처님 앞에 엎드렸고, 부처님은 난타에게 장래에 부처가 되어 ‘등광(燈光)’으로 불릴 것이라고 수기하셨다. 난타는 크게 기뻐하며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이처럼 불법승 삼보에 공양을 올리기 위해 구걸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적은 돈이라도 구했으며, 기름을 살 때는 주인이 그녀의 진심에 감동해 기름을 넉넉하게 베풀어주었다. 비록 아주 작은 등불에 불과하지만 정성을 다하여 공양을 올리고, 자신이 다시는 이 같은 가난에 처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벗어나기를 발원하였다. 나아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모든 이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큰 원력을 담고 있기에, 바람과 물에 취약한 불이라 할지라도 결코 그러한 것으로 꺼뜨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금년 봉축 부처님오신날에 절에서 연등을 공양할 때는 소원 쓰는 곳에 자신이 처한 당면과제나 혹은 작은 소원을 쓰는 한편 마음에는 ‘일체중생이 지혜 광명을 얻어 행복하기를’ 바라는 가난한 여인 난타의 염원을 담아보기를 권한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772호 / 2025년 4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