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극락의 새
극락서는 공명조가 묘음으로 설법 극락의 새들이 내는 소리는 아미타불 법문 설명하는 것 극락 중생은 악한 마음 없어 성불 위한 수행은 따로 안해
“극락에는 갖가지 기묘한 여러 빛깔의 새가 있다. 백학, 공작, 앵무, 사리, 가릉빈가, 공명조(共命鳥)인데, 낮과 밤 여섯 때에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오근(五根), 오력(五力), 칠보리분(七菩提分)과 팔성도분(八聖道分)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
아침 새소리는 단잠을 깨우는 방해꾼이긴 하지만 주위를 환기시키는 아름다운 소리입니다. 극락에서는 낮과 밤 각 세 번씩 새들이 소리를 들려줍니다. 잡색(雜色)을 ‘여러 빛깔’이라고 해석했습니다만, 불교에서 ‘색(色)’은 모양 자체를 뜻하기도 하기에 여러 형태라 해도 됩니다.
극락의 새가 꼭 사바세계의 형태와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백학, 공작, 앵무는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릉빈가(Kalavinka)는 상반신은 사람 모습을 하고, 하반신은 새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에 ‘묘음조(妙音鳥)’, 극락에 산다고 하여 ‘극락조’라고도 합니다. 사리(舍利)는 ‘월인석보’에선 ‘봄 꾀꼬리’라고 주석했고, ‘해오라기’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공명조(共命鳥: jīvamjīvaka)는 설산(雪山)에 사는, 머리가 둘인 새입니다. 이 새는 석가모니불과 인연이 있습니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파승사’에서 비구들이 석가모니불과 제바달다에게 어떤 악연이 있었는지 묻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옛날 바닷가에 살았던 이름이 ‘법’과 ‘비법’인 한 마리의 공명조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법이 비법이 자는 동안 맛있는 과실을 먹었는데, 잠이 깬 비법이 법 혼자 맛있는 것을 먹은 사실을 알았습니다. 분개한 비법은 복수를 하려고 법이 잠들었을 때, 독을 품은 과일을 먹어 버립니다. 그러나 한 몸이었던 ‘법’과 ‘비법’은 둘 다 독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져 미쳐버렸습니다. 이 인연으로 법은 석가모니가 되었고, 비법은 제바달다가 되었습니다.
이 공명조의 이야기는 어리석으면 상대에게 해를 입히려다 오히려 자신이 파멸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이런 사연을 가진 공명조도 서로 싸우지 않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곳이 바로 극락입니다. 극락이 싸움과 미움이 없는 곳임을 바로 알 수 있는 지표가 되는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극락의 새들이 내는 소리의 내용은 아미타불의 법문을 ‘연창(演暢)’, 즉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을 오근, 오력, 칠각지, 팔성도분이라고 했는데, 37조도품 중에서 사념처, 사정근, 사신족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범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칭찬경’에는 37조도품 전체를 언급하고 있기에, ‘아미타경’과 범본도 그와 같이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세 개의 역본 중에서 두 개의 역본이 일곱 항목 중 세 항목을 제외한 데는 이유가 있을 법도 합니다.
조도품(助道品, bodhipakṣa)이란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실천 수행법인데, 극락 중생은 이미 정정취(正定聚)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정취는 깨달음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에서 물러서지 않고, 성불은 이미 결정되었습니다. ‘무량수경’에서는 극락 중생에 대해 “모든 번뇌를 없애버려 악취의 마음을 여의고, 최고의 보살행을 갖추어서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성취한다. 그리하여 깊은 선정과 여러 가지 6신통과 3명(明)의 지혜를 얻고, 뜻은 7각지(七覺支)에 노닐며, 마음은 불법을 닦느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므로 선악과 고통에 대한 문제는 이미 해결했기에 도의 뿌리를 깊이 내리는 오근, 오력, 칠각지 그리고 팔정도에 주력한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미탄 스님 mitankha@gmail.com
[1772호 / 2025년 4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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