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천년 숲이 탄다. 내 집이 불탔다

사찰림 소실, 이제는 국가가 응답해야 할 때다 산불로 잿더미가 된 사찰림 불탄 숲, 국가 평가 어디까지 사찰림 피해, 특별 지원 필요 복구는 전통·생태 균형으로

2025-04-18     장영환

봄철 바람이 불고 산이 마르면, 우리는 또다시 산불을 걱정해야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5년 3월, 경북 북부 일대에 발생한 대형 산불은 한순간에 수백 년을 품어온 사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송이밭도, 약초밭도, 스님들의 수행지이자 숲을 찾던 관광객의 발길도 함께 사라졌다.

이번 산불은 성묘객의 실화로 시작된 인재(人災)였다. 그러나 피해는 고스란히 사찰과 그 공동체의 몫이 되고 말았다. 전통사찰은 「전통사찰 보존법」과 「산지관리법」에 따라 보호받는 국가 지정 보호지이며, 사찰림은 공익용 산지로 분류된다. 국가는 이러한 숲을 생태·문화적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이 숲이 불탔을 때, 국가의 평가는 과연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가?

실제로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사찰림 면적은 총 925헥타르(ha)로, 이는 전국 사찰림 전체 면적의 1.06%에 해당한다. 축구장 면적으로 환산하면 무려 1,296개 규모이다. 단순히 조경수 가격으로만 환산해도 1조 7천억 원이 넘는 가치다. 여기에 사찰림이 지닌 경관적 가치, 생태적 가치, 역사문화적 가치, 그리고 보건·심리 회복 기능까지 더한다면, 그 손실 규모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이와 같은 엄청난 피해 속에서도, 산불 현장에서 끝까지 진화를 위해 사투를 벌인 산림청과 산불진화대의 헌신은 분명히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산림청 관계자들과 헬기 조종사, 산불 감시원, 지상 진화 인력들이 거센 불길과 맞서며 밤낮 없이 애쓴 노고는 절대로 간과되어서는 안 될 국민적 공헌이었다. 진정한 공직자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보여준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정의 노력과는 별개로, 우리는 여전히 사찰림이라는 특수한 숲의 피해가 일반 산림과 같은 기준으로만 평가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이번 재난에서, 제3자의 실화로 인해 발생한 피해임에도 불구하고, 사찰림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정밀한 피해평가와 별도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찰림은 공동체의 생계를 떠받치는 중요한 경제자원뿐만 아니라, 사찰의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보전·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단순한 수행 공간의 배경이 아니다. 송이, 산약초, 약초차 판매 등은 사찰이 자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가능케 해왔다. 사찰림이 타버렸다는 것은 단지 숲의 소실을 넘어, 문화재 보호 체계의 기반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정부의 산림녹화 정책과 국립공원 지정에 따라 사찰림에 대해 엄격한 이용 제한과 개발 제한이 가해져 왔다는 현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찰림은 ‘가꾸지 못하는 숲’이고,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숲이 되어왔다. 이제는 이러한 구조를 전환하고, 사찰림의 역사성과 전통성, 생태문화적 기능, 경제적 기능이 균형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토대를 마련할 시점이다.

국가는 이제 응답해야 한다.

첫째, 사찰림은 산지관리법에 의해 공익용산지로 지정되어 있고,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전통사찰보존지로 지정되어 법적 행위제한으로 많은 불편함을 지니고 살아 왔으나 이번 산불피해에 대한 지원은 대상에도 들어있지 않다. 따라서 사찰림의 피해에 대해서는 **복합가치(조경, 생태, 역사, 치유 등)**를 반영한 별도 피해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특별재난지원금도 이를 기준으로 차등 지급해야 한다. 

둘째, 사찰림 복구는 단순 조림이 아니라, 전통방식의 산림경영(옻나무, 잣나무, 닥나무 등), 전통경관(소나무) 조성,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수종 선정, 전통목재건물의 기둥재 생산, 방화수림대 조성, 송이생산이 가능한 수림 조성, 생물다양성을 확보를 위한 조성을 전제와 함께 산불의 초등진화와 잔불피해를 줄이기 위한 임도와 숲의 건강성 확보를 위한 어린나무 가꾸기 및 덩굴제거 등의 숲가꾸기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사찰림을 일반 산림과 구분해 ‘생태문화림’으로 별도 지정하고, 이에 맞는 법적 지위와 예산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장영환 대한불교조계종 사찰림연구소 사무국장

넷째,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찰림의 조사·복구계획 및 산림경영계획 수립 과정에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반영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은 행정 중심이 아닌, 종단 산하의 사찰림 전문 기관인 대한불교조계종 사찰림연구소와 국립산림과학원이 공동으로 수행할 때, 생태와 수행의 균형을 지키는 복원이 가능하다. 이 두 기관의 협력은 전통과 과학, 수행과 생태, 문화와 정책이 만나는 지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숲을 가꾸고 지켜온 주체이며, 수행의 공간을 넘어서 국가의 생태문화유산을 함께 보전해온 파트너이다.
이제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하고, 함께 해법을 모색할 때이다.
"전통은 지켜져야 하고, 숲은 되살려져야 하며, 피해는 정당하게 평가받고 보상받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사찰과 시민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장영환 대한불교조계종 사찰림연구소 사무국장 jang9201@hanmail.net

[1774호 / 2025년 4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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