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마음챙김의 아버지 틱낫한 - 중
마음챙김, 불교의 서양 대중화 기여 반전운동으로 베트남서 추방 마음챙김으로 상심감 이겨내 프랑스 정착, 명상센터 세워 일상 속 수행방법 보급 앞장
틱낫한 스님은 1926년 베트남 중부 지방의 유서 깊은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유교, 불교, 도교가 혼합된 베트남 문화를 배경으로, 그는 학문과 도덕을 중시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우연히 어떤 그림에서 부처님의 미소를 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큰 기쁨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내면의 평화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문제를 풀어나가는 독립적이며 창의적인 성격이었다. 16살의 나이에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미승이 된 그는 자신이 출가한 불교 사원에서 현대적인 학문을 가르치지 않자, 그곳을 떠나 사이공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 스님 최초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수도원에서 수행하는 대개의 수도승과 달리 마을 곳곳을 방문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학생을 가르치며 적극적인 포교 활동을 하였다, 젊은 스님들을 위한 불교 잡지를 만들고 ‘비폭력과 자비’라는 원칙에 따라 여러 단체를 설립하기도 하였다. 시대를 앞서간 그의 진취적인 생각과 행동은 참여 불교를 탄생시키게 된다. 그러나 그의 변화에 대한 개방성은 원로 스님들에게 너무 급진적이고 위험해 보여 그의 개혁 운동은 저항에 부딪히고 좌절을 맛보게 되었다.
1961년부터 1963년까지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교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불교를 가르쳤는데, 이 시기에 스님은 학계와 평화운동 진영에서 중요한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불교의 서구적인 재해석과 평화운동의 철학적 기반을 마련했다. 1966년, 베트남 전쟁이 격화되자 그는 베트남을 떠나 영국, 캐나다, 스웨덴 의회에서 연설하고 교황 바오로 6세를 만나는 등 19개국을 순방하며 평화를 촉구했다. 특히 1966년 6월 1일 틱낫한과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의 만남은 역사적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의기투합했고 그때까지 베트남 전쟁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던 킹 목사는 이 만남을 계기로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베트남 전쟁 반대를 선언했다. “저는 베트남 불교 승려 틱낫한의 말씀을 들으며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의 확고한 생각과 말에 더는 침묵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틱낫한 스님의 반전 운동은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남베트남과 공산주의 정부인 북베트남 양측 모두에게 눈엣가시처럼 불편한 것이었다. 남쪽과 북쪽 그 누구의 편도 아니었고 오직 전쟁으로 고통받는 국민만을 걱정했던 그가 베트남으로 돌아왔을 때 남베트남 정부는 입국을 막고 그를 추방하였다.
그때의 심정을 회상하면서 스님은 훗날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 때, 나는 마치 벌집에서 쫓겨난 벌의 신세와 같았다. 만일 내가 수행할 줄 몰랐다면, 나는 그때 말라 죽었을 것이다.” 스님을 살린 그 수행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현대 불교 명상을 연구하는 브룩 쉐드넥 교수는 “망명의 시간 동안 틱낫한 스님의 메시지는 베트남 전쟁에서 ‘현재에 집중하는 마음챙김’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결국 프랑스 남서부에 정착하여 플럼 빌리지(자두 마을) 불교 사원을 세워 유럽 최대의 규모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미국에서 태국 등지에 8개의 불교 사원을 세웠다.
스님의 많은 업적 중에서 두드러지는 것 중의 하나가 마음챙김 명상으로 서양에서 불교가 대중화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 수행자의 삶을 시작할 무렵부터 마음챙김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염처경’에서 가르치고 있는 ‘깨어있는 마음’을 살아 숨 쉬는 매 순간 붙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다.
“정말로 깨어있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진정 그러하길 원한다면 따로 명상 수행을 할 때 뿐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날마다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해야 합니다(The Miracle of Mindfulness, 1975).”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74호 / 2025년 4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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