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명상의 과학적 연구 - 중
명상 기반 ‘이완 반응’ 증명한 벤슨 ‘마음이 몸에 영향’ 연구·증명 언론계과 학계의 거센 저항에 초월명상 대신 이완반응 사용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 촉발
명상 수행자 뇌파 연구는 명상이 뇌에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지만, 과학계의 반응은 미미했다. 마음이 몸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 시점에 미국의 허버트 벤슨(1935~2022)이 그 증거를 제시했다.
1960년대 후반,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 스트레스가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벤슨 박사는,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의학계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심박수 증가가 자동적인 생리 반응이며, 이를 마음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통념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벤슨은 푸에르토리코에서 근무하던 시절, 미국 본토인보다 혈압이 낮은 섬 주민을 관찰하며 ‘식단이나 운동 외에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하버드로 돌아온 그는 이 질문의 답을 찾고자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하였다. 원숭이에게 혈압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훈련시키는 실험을 통해 생리 반응도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통제 가능하다는 단서를 발견하였다. 그러던 중, 그의 연구 소문을 들은 몇몇 초월명상 수련자가 찾아왔다. 그들은 명상 수련을 통해 혈압을 낮추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달라고 요청하였다. 당시에는 명상을 주제를 다룬 과학적 연구가 거의 없었기에 벤슨은 진지한 고민 끝에 결국 연구를 수락하였다. 명상 수련자들은 눈에 띄지 않도록 병원 근무시간 이후 옆문으로 출입하였고, 실험에서는 센서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평상시 생각과 만트라를 외는 집중 명상을 번갈아 수행하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명상 중 수련자의 신진대사, 호흡, 심박수, 뇌 활동이 현저히 감소하였다. 그러나 벤슨은 기뻐하기보다 우려하였다. 당시 과학계는 마음이 몸에 영향을 준다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 결과에 큰 저항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였다.
그는 용기를 내어 1970년대 초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언론은 그를 “변절자”로 몰았고, 학계 동료마저 등을 돌렸다. 이에 벤슨은 초월명상 대신 ‘이완 반응(relaxation response)’이라는 중립적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이 상태를 “깨어 있으면서 수면에 가까운 상태”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하며, 이완 반응을 유도하는 기본 절차를 정리해 나갔다.
그의 연구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신뢰를 받기 시작하였다. 연구 방법은 체계적이었고, 결과는 명확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벤슨 박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지만, 이완 반응은 의식적인 노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말하였다. 쉽게 말해, 명상처럼 스스로 집중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행위가 몸의 긴장을 풀고 생리 반응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연구는 명상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혈압과 심박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였다. 결국, 그의 이론은 주류 학계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졌다.
벤슨 박사는 명상의 신비성을 걷어내고, 이를 과학의 언어로 해석하였다. 그는 티베트 승려와 그들의 명상법을 인터뷰할 수 있도록 허용된 최초의 서양 의사였으며, 1979년 달라이 라마가 보스턴을 방문했을 때 그와 친구가 되었다. 그의 연구는 이후 존 카밧진 등으로 이어져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도왔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81호 / 2025년 6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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