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극락의 바람과 수행

법음 품은 바람에 번뇌 사라져 ‘멸진삼매’ 경험하고 나면 깨달음 향한 마음 더 간절 불퇴전으로 정진하게 돼 극락서 분명 성불하는 이유

2025-06-16     미탄 스님

“저 불국토에 미풍이 불면 모든 보배 가로수와 보배 그물에서 미묘한 소리가 나는데, 비유하면 백천 가지의 악기가 동시에 울리는 것과 같다.”

‘무량수경’도 바람이 불면 묘한 법의 소리가 시방 국토에 울려 퍼진다고 하는데, 이 소리를 백천 가지 악기가 동시에 울리는 것에 비유합니다. ‘관무량수경’의 ‘물을 관’하는 제2관(觀)에 따르면, 8종 청풍(淸風), 즉 여덟 방향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은 “광명에서부터 불어오는 것이며, 이 바람이 악기들을 두드리면 고(苦)·무상(無常)·무아(無我)의 소리를 연설한다”고 합니다. 광명은 아미타불의 대표적 특성이므로 이것에서 비롯된 바람이 법음을 내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아미타경’에서는 이 소리를 ‘백천 가지 악기가 동시에 울리는 것’에 비유했기에 소음이라고 의심할 법 한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관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량수경’에서는 한 종류의 보배나무에서 나는 소리가 “제6 도리천의 음악보다 천억 배나 아름답다”고 하는데, 각 경전을 비교하면 소리 자체보다 내용이 더 아름답고 수승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량수경’은 극락에 이는 바람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 바람은 조화로워서 차지도, 덥지도 않다. 따뜻하면서도 청량하고 부드러우며, 풍속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이 바람은 소리와 향기를 모두 품고 있는데, 이 덕성을 경험하면 번뇌가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만약 “바람이 몸에 닿으면 쾌락을 얻게 되는데, 이 쾌락을 비유한다면 비구가 얻을 수 있는 ‘멸진삼매’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 ‘멸진삼매’는 ‘상수멸정(想受滅定)’이라고도 하는데 보살 십지(十地) 중에서는 제8 부동지(不動地)에 비견됩니다. 

극락에서는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하니, 바람이 몸에 닿는 순간 바로 깨달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있는데 ‘멸진정(滅盡定)’의 즐거움을 경험만 하게 된다니 맥이 빠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경험의 달콤함으로 인해 행동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맑은 공기의 청량함을 경험한 사람이 나쁜 공기가 가득한 지역에서 살게 되면, 한 번도 맑은 공기를 맡아보지 못한 사람보다 더 절실하게 맑은 공기를 갈망하는 것과 같습니다. 멸진삼매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더욱 부처가 되고 싶어질 것입니다. 중생의 어리석음을 그린 ‘안수정등(岸樹井藤)’을 아실 것입니다. 간신히 매달려 목숨을 부지하면서도 중생은 달콤한 꿀을 받아먹는 데만 정신이 팔려 죽음이 시시각각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이처럼 현세에서 즐거움은 독(毒)이 됩니다. 그러나 극락에서의 달콤함은 더욱 불도로 나아가게 합니다. ‘무량수경’에는 바람이 불어 보배나무 가지를 흔들어 내는 법음을 들으면, “무생법인을 얻고 불퇴전지에 머무르다가 불도(佛道)에 이를 때까지 모든 번뇌의 괴로움을 만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극락에서 성불은 정해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없다는 뜻입니다.

아직 극락에 왕생하지 않은 우리는 ‘아미타불’의 명호가 지닌 위신력으로 안심(安心)을 이룰 수 있습니다. 명호가 위신력을 가졌다니 언뜻 이해가 안 갈지 모르겠습니다. ‘레몬’이라는 말을 듣고 침이 고이는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레몬’의 성질을 바로 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것이 이름의 힘입니다. 여러분의 ‘아미타불’은 어떤 부처님이십니까?

나무아미타불.

미탄 스님 mitankha@gmail.com

[1781호 / 2025년 6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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