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교에 거는 기대

2025-07-11     원영상 교수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들과 미국 연수를 하고 있다.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을 중심으로 미국의 자연과 역사를 보며 공부하는 중이다. 자동차를 몰며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토지를 바라보면 부러울 뿐이다. 뉴욕주만 해도 남한의 1.4배, 인구가 2000여 만 명이나 된다. 건국 당시부터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이민자들이 모여 만든 미국 전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3억 4천여 만 명의 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 80억 명의 4.3%이다. 이러한 나라가 2023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의 17%, 석유의 20%를 소비했다. 2023년까지 누적 탄소 배출량은 23.8%로 단일 국가로서는 최고다. 그럼에도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을 나 몰라라 한다. 2025년 1조 달러의 국방예산은 전 세계 군비의 37%이며, 전쟁 무기는 세계 방위산업 수출시장의 42%를 차지한다. 800여 곳의 군사기지를 세계에 둔 미국은 대부분의 전쟁에 관여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한반도에도 언제든 군사개입을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를 외치던 미국은 이제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호혜 평등의 연기적인 원칙을 버리고, 자국 중심의 경제 논리를 펴고 있다. 미국의 무도함에 대해 각 나라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로마와 같은 제국의 위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 옆 다양한 정부 건물의 건축양식은 로마식이며, 워싱턴 기념탑은 고대 이집트 태양신의 상징인 오벨리스크와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세계를 주도하고 싶은 제국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느낌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종교는 불교다. 미국에서는 전 세계의 불교계가 활동하고 있다. 초기 중국·일본의 이민자들에 의해 불교가 들어온 후, 티베트,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 한국불교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승불교와 상좌부불교가 모두 미국에 상륙했다. 19세기부터 서구 문명의 동양 침투로 인해 한반도에 기독교가 들어온 것처럼 역으로 불교도 미국에서 활동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스즈키 다이세츠와 같은 불교학자의 역할이 있기도 했다. 과거 에머슨, 소로스, 휘트먼 등 미국 문인과 사상가들의 불교 친화적 글, 1893년 세계종교의회 개최, 1960년대 뉴에이지적인 영성운동에 대한 불교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불교계는 이미 미국화의 길을 걷고 있기도 하다. 미국인의 해석에 의한 불교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과연 전 세계에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에서 불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욕망을 제어하는 역할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이는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전 인류에게 해당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미국이야말로 가장 병증이 심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자 세계의 군사화를 추동하는 나라, 경제 이기주의에 도사린 자기중심적인 미국의 행태에 회광반조의 성찰을 부여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릭 필즈는 ‘이야기 미국불교사’에서 한국 숭산선사의 활동을 소개하며 향후 한국인들이 미국불교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류가 세계로 확산되는 지금, 한국불교의 전통인 회통과 통합의 세계적인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국이 세계인들과 함께 자리이타의 대승정신으로 자비와 평화가 넘치는 하나의 지구를 만드는 데에 앞장서도록 하는 일이 불교의 가장 큰 사명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원영상 원광대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785호 / 2025년 7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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