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연꽃의 열 가지 德을 음미하다 연꽃과 불교의 관계

연꽃, 예토에서 정토 피워내는 꽃 더러움에 물들지 않기에 불교 상징으로 사랑 받아 경전에 연꽃 수시로 등장 조계사, 8월까지 연꽃 가득

2025-07-11     덕산 스님

한여름의 꽃이자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단연 연꽃을 꼽을 수 있다. 연꽃은 불교를 대표하는 꽃인데, 불교의 이상세계인 서방정토 극락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찰을 방문했을 때 법당(大雄殿) 지붕 서까래의 끝부분인 동그란 부분을 연꽃 문양으로 마무리하기도 하고, 부처님의 설법을 시(詩)로서 새겨놓은 주련(柱聯)의 맨 아랫부분을 연꽃 문양으로 마무리하며 출입문의 문살에도 연꽃 문양의 조각을 붙이고 법당 안팎의 벽화에도 알게 모르게 연꽃무늬를 새긴다.

법당 안에 들어서면 부처님이 앉는 자리를 연화좌대(蓮花座臺)라고 하는데 연화좌대의 전체 모습이 연꽃 한 송이가 피어난 모습으로 조각되어있다. 부처님의 전생담 에피소드에서는 일곱 송이 연꽃 중 ‘성불(成佛)하여 일체중생을 제도’하고자 발원하며 다섯 송이를 연등 부처님에게 올리고 두 송이는 ‘고삐(야쇼다라) 여인과 세세생생 부부의 연을 맺게 하소서’라고 발원하며 공양을 올렸다. ‘무량수경’ 하권에는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태어나는 중생은 크고 아름다운 연꽃을 의지처로 해서 태어난다’라고 설해져 있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경전의 설법과 에피소드에 연꽃이 등장한다. 선종(禪宗)의 대표적인 화두(話頭)로 염화미소(拈華微笑)가 있다. 한 때 부처님께서 대중을 향해 연꽃 한 송이를 드셨다. 대중이 의아한 상황에서 ‘가섭존자만이 빙긋이 웃었다’라고 하는 참선(參禪) 법문이다. 이것을 선종(禪宗)에서는 ‘염화미소(拈花微笑)’ 혹은 ‘염화시중(拈花示衆)’이라고 한다. 

‘연꽃이 가진 열 가지 덕(德)’을 간략히 소개해본다. 먼저,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맑음을 유지하는 성질로 인해 ‘처염상정(處染常淨)’의 덕을 지녔다. 연잎 위로는 물방울 하나 스며들지 않아 ‘불여악구(不與惡俱)’의 청정함을 보여준다. 꽃이 피어날 때는 진흙탕 냄새를 지우고 오히려 향기로 가득 채우니 ‘계향충만(戒香充滿)’의 뜻도 갖고 있다. 뿌리는 더러운 곳에 있지만 줄기와 잎은 늘 맑고 깨끗하여 ‘본체청정(本體淸淨)’의 본성을 드러내며, 둥글고 온화한 꽃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쁨과 평온함을 느끼게 하니 ‘면상희이(面相喜怡)’라 한다.

또한 연꽃 줄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잘 부러지지 않아 ‘유연불삽(柔軟不澁)’의 탄력성을 지녔고, 꿈에서 연꽃을 보면 길한 일이 생긴다하여 ‘견자개길(見者皆吉)’의 상징이기도 하다.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히는 모습은 ‘화과동시(花果同時)’라 하여 인과의 조화를 상징하고, 활짝 핀 연꽃의 빛깔은 청정하고 아름다워 ‘성숙청정(成熟淸淨)’의 완성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연꽃은 처음 피어날 때부터 남다른 기운을 지녔기에 ‘생이유상(生已有想)’의 덕이 있다.

고문헌에서 연꽃을 칭찬하는 글을 살펴보면 불교적 의미 외에 역사적으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朱子)보다 약 60여 년 전에 태어난 주돈이(周敦頤)의 시가 대표적이다. 그는 ‘애련설(愛蓮說)’을 통해 연꽃의 기상을 군자(君子)에 비유하였다. 이 시의 매력은 “내가 연꽃을 사랑하는 것은 진흙 속에서 나지만 거기에 물들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처염상정’의 또 다른 표현이다. 

서울 근교에 사는 불자들이라면 조계사를 참배해 보기를 권한다. 조계사에서는 6~8월까지 마당 한가득 화사한 연꽃이 가득하다. 부처님께 참배한 후 연꽃의 열 가지 미덕(美德)을 마음에 새기고 스스로 연꽃이 되어보는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785호 / 2025년 7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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