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인간 가치에 대한 담론 필요하다

2025-07-18     ​​​​​​​진원 스님

학인 시절 편집실에 유일하게 컴퓨터와 복사기가 있었고, 이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손안에 들어왔다. 컴퓨터가 단순히 일손을 덜어주는 수준이었다면, 인터넷은 독점적인 정보를 일순간에 세계 구석구석으로 확산되게 했다. 

컴퓨터의 세계에서 내가 잃어버린 것은 많았다. 손으로 하던 문서 작업과 행정적인 일들은 줄었지만, 수많은 일자리가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었고, 개인적으로는 멋들어지게 써내려갔던 일필휘지의 글씨, 전화번호 기억, 길 찾기 등 아날로그의 정서들도 함께 사라졌다. 인터넷의 발전은 마치 삼천대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천안(天眼)의 세계가 열린 것과 같았다. 덕분에 대장경부터 각종 종이 텍스트들까지 간단히 검색만으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고, 그날 이후로 종이 대장경을 찾는 수고로움과 함께 내 뇌의 저장 능력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나는 하나둘씩 인간이 가진 고유한 능력과 가치를 잃어갔고,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졌다.

요즘 나는 ‘AI 시대에 인간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이에 대해 우리 불교는 어떤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인간의 윤리성, 데이터의 편향성, 그리고 의사결정의 권한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는 끊임없는 가치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가장 충격적인 기억 중 하나는 2016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세돌과 AI 알파고의 바둑 승부였다. 바둑의 룰조차 모르는 나였지만, 인간이 기계에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래전에 본 사이보그 영화 시리즈인 ‘로보캅'이 떠오른다. 인간과 기계의 대립 속에서 사이보그는 결국 인간의 감성과 가치를 동경한다. 또 다른 영화 ‘I’m Your Man'은 인공지능 사이보그와 인간 사이의 사랑을 다루는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이 영화들에서 그려지는 인조인간은 결국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과 사랑을 갖고자 한다. 그리고 이제 그러한 상상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AI 시대에 들어섰다. 과학은 단지 인간의 도구일 뿐 가치중립적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전쟁조차 AI가 대신 지휘하고, 이를 활용한 기업들은 전쟁을 상업화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며, 생명윤리를 저버리는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나 또한 이미 AI 알고리즘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알고리즘은 스토커처럼 내 생활패턴, 관심사, 생각 등을 따라다니며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챗GPT는 사업계획서까지 대신 써주고, 릴스나 틱톡, 서울역의 디지털 광고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시대에 인간과 AI가 충돌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명확한 해답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생명윤리와 인간의 감정, 사랑, 포용, 이해 같은 가치가 결코 도외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인문학적 성찰 없이 기술만을 수용한다면, 가치중립이라는 이름 아래 윤리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최근 조계종 종단이 명상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기술 발전과의 협업은 하되, 종교는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키는 방파제가 되어야 한다. 인간 본연의 가치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 이 사회의 주요 담론이 되도록 우리 종교계가 그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786호 / 2025년 7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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