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과 가지치기
마음챙김 꾸준히 하면 뇌는 시냅스를 잘 가지치고, 외부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게 돼
우리 속담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이 있다. 자식이 많으면 걱정이 끊이지 않듯, 우리의 뇌도 이 속담 속 나무와 닮았다. 뇌 속에는 무수히 많은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어 신경망인 시냅스(Synapse)를 형성한다. 시냅스는 나무의 가지처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가지가 너무 많으면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심할 경우 뿌리마저 흔들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뇌 안에 불필요한 시냅스가 지나치게 많으면 외부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특정 생각이나 감정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뇌는 ‘시냅스 가지치기’라 불리는 정리 작업을 수행한다. 나무가 가지치기를 통해 바람에 잘 견디고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꽃과 열매에 전달하듯, 뇌 역시 중요하지 않은 연결을 제거하고 꼭 필요한 정보만 남겨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가지치기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에 가장 활발히 진행되며,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미디어와 SNS 발달로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뇌는 과도한 자극에 노출되어 과부하 상태에 이른다. 유아기에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가지치기 능력보다 우세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이루어지는 가지치기 과정을 통해 뇌는 점차 안정되고 조절 가능한 구조로 발달하게 된다.
이러한 가지치기가 잘 이루어진 성장기를 보낸다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인 ‘신경가소성’도 함께 발달한다. 흔히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은 바로 이 신경가소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뇌의 가지치기 과부하를 줄이고, 신경가소성을 계속해서 발달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사유수(思惟修)’라고 불리는 선(禪)이며, 그 핵심이 바로 ‘마음챙김(正念)’이다.
마음챙김이란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경과학과 심리학에서는 이 마음챙김 수행이 뇌의 전전두엽 기능을 강화해 주의력과 자기조절 능력을 높이며, 편도체의 과민 반응을 줄여 스트레스를 완화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참선을 기반으로 한 마음챙김은 짧고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로 인한 도파민 과잉 상태를 조절해주는 ‘도파민 디톡스’의 역할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마음챙김을 꾸준히 실천하면 뇌는 불필요한 시냅스 연결을 효과적으로 가지치기하고, 외부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조절된다. 이는 곧 불필요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현재의 경험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결과 우리는 깊은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몰입이라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마음챙김의 가지치기는 단순히 휴식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삶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신적 역량을 키워주며, 더 맑고 건강한 ‘정신의 나무’를 가꾸는 길이 된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787호 / 2025년 7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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