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산 사람과 죽은 이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담장 밖 경’
공덕으로 매일을 채워야 하는 이유 올해는 6월 두 번 드는 해로 백중 기도·생전예수재 병행 망자를 제도하기 위해서는 공덕을 그들에게 회향해야
올해는 음력 6월이 두 번 있는 해이다. 살아서 자신을 위한 공덕을 쌓는 ‘생전예수재’와 돌아가신 부모 형제와 외로운 고혼을 위한 ‘백중 49일 기도’가 함께 진행된다. 부처님 당시 최초의 사찰인 죽림정사를 지어 승단에 기증한 빔비사라왕의 전생 이야기에 귀 귀울이는 윤달이 되었으면 한다.
과거 생에 뿟사 부처님이 출현했다. 그 나라를 다스리던 마힌다 왕의 장자로 태어나 출가하여 부처가 되셨다. 당시 부처님께는 세 명의 왕자 동생들이 있었고, 이들은 뿟사 부처님께 석 달간 공양을 올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세 왕자는 부처님과 승가에 공양을 올리는 일에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소임을 이행했다. 처음에는 그들의 친척들도 바르게 공양에 참여했으며,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고 나면 남은 음식을 자식들이 먹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 왕자와 달리 친척들은 부처님이 공양하기 전에 자식들에게 먼저 음식을 먹였고, 자신들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먼저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그들은 결국 그 과보로 아귀의 세계, 즉 배고픔의 세계에 태어나게 되었다. 반면 세 왕자와 그 집사는 끝까지 소임을 다하여 천상과 인간계를 오가며 좋은 과보를 받았고, 훗날 빔비사라왕이 바로 그 집사였다.
92대겁이 지나 석가모니 부처님 시대에 이르러, 아귀가 된 그들은 빔비사라왕의 귀에 환청으로 나타나 음식을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빔비사라왕은 부처님의 지혜를 구했고, 부처님께서는 삼보에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을 회향할 것을 가르쳤다. 그 공덕으로 친척들은 마침내 제도를 받게 되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산 사람과 죽은 이들 모두를 평안하게 하는 감사의 기도문을 설하셨다.
“죽은 이들은 담장 밖에 서 있고, 옛집에 들어가려 문기둥에 기대어 있네. 죽은 이들을 불쌍히 여겨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보시하고 이렇게 기도해야 하네. ‘이 보시 공덕이 죽은 이들에게 돌아가기를! 죽은 이들이 행복하기를!’ 그들이 사는 곳에는 농사도, 소도, 장사할 돈도 없다네. 오직 우리가 회향해 준 공덕만으로 죽은 이들은 좋은 과보를 받아 살아가네. 그들은 나에게 재산을 물려주었고, 함께 일했던 나의 가족이자 동료요 친구였네. 살아 있는 친척에게도 이처럼 감사를 표해야 하네. 좋은 것을 얻게 해주고 좋은 자리에 있게 한 이들에게, 오래 살며 좋은 공덕과 과보가 함께하길. 거룩한 승가에 공양 올리면 오랫동안 복덕이 쌓이고, 즉시 좋은 과보를 받게 되네. 우리가 정성 다해 공양을 올리면, 죽은 이들은 좋은 과보를 받고, 비구들은 힘을 얻으니, 이 공덕은 결코 작지 않네.”
‘담장 밖 경’은 기도하고 복덕을 쌓을 좋은 기회를 만났을 때, 살아생전 올바른 삶을 살고 공덕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옥 아귀 축생의 세 가지 나쁜 갈래(三惡道)의 삶에서 벗어나려면 아주 작은 인연 고리라도 없이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책(警責)하는 경전이다.
빔비사라왕은 임종시에도 부처님을 찬탄하며 평안하게 생을 마쳤다고 한다. 금년 생전 예수재와 백중 기도에서 자신을 닦고 공덕을 쌓는 일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 하여 그들에 대한 감사와 연민의 마음이 옅어지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점검 해 보기를 바란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787호 / 2025년 7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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