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명상과 기적, 그리고 검증되지 않는 이야기 - 중
명상 통한 내면체험, 과학 밖에 있어 명상과 건강 사이 상관관계 과학을 통해서도 입증 가능 의식은 뇌 부산물 보는 시각 무아나 통찰 체험 설명 못해
조 디스펜자의 사례처럼 ‘명상을 했더니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의외로 자주 접할 수 있다. 명상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며 이런 주장이 더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이 같은 체험을 어떻게 바라볼까?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명상의 생물학적 효과를 연구하는 린제이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명상이 스트레스 감소에 영향을 주고, 일부 질병 치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 전체는 여전히 블랙박스처럼 미지의 영역입니다.”
이 말은 곧, 명상이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있지만, 그 인과적인 메커니즘, 다시 말해, 이런 효과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명상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이고, 뇌의 특정 부위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명상이 실제로 질병을 개선할 때, 우리 몸에서 어떤 미세한 생리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 변화가 어떻게 건강 회복으로 이어지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잘 설명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과학이 다룰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바로 명상의 ‘내면적 체험’이다. 명상 수행자들은 고요함이나 행복감뿐 아니라 깊은 통찰이나 자아의 해체 같은 내면적 체험을 보고한다. 그러나 과학은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현상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뇌파 변화, 호르몬 수치, 행동 패턴은 측정할 수 있어도, 명상 수행 중에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경험하는지, 즉 명상가의 주관적 경험을 과학이 직접적으로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한계는 ‘의식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왜 뇌의 생물학적 활동에 주관적 자각이 수반되는지, 어떻게 전기적 신호가 감각과 느낌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현재의 유물론적 과학은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식의 본질은 여전히 과학의 바깥에 있다.
명상 수행자들은 종종 ‘나’라는 자아의 소멸 또는 확장, 시간 감각의 해체, 존재의 상호연결성에 대한 직관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학은 그 통찰이 진짜인지, 착각인지, 아니면 단순한 심리적 반응인지 판단할 수 없다.
고통을 초월했다거나, 존재의 의미를 깨달았다는 주장을 검증할 방법도 없다.
결국, 명상은 뇌와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넘어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의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하지만 과학은 명상이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우리가 명상을 통해 얻는 내면적 자각이나 깨달음의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지점이야말로 명상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드러내는 곳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새로운 과학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티베트 불교와 뇌과학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했던 신경과학자 프란시스코 바렐라, 그와 협업했던 에반 톰슨, 그리고 앨런 월리스 같은 이들이다.
이들은 의식을 단지 뇌의 부산물로 보는 기존 과학의 틀로는 명상과 인간 정신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의식에 관한 연구가 뇌과학을 넘어 더 포괄적인 시각을 요구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식의 주관적 측면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제안했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787호 / 2025년 7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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