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책모임 정법회에 ‘동화사 총림해제’ 입장 요구…동화사 대중회의, 5가지 쟁점 제기
8월 26일 공개 질의 통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치지 말라” 견제 종책위원장 대진 스님 “종회 발언 종책모임에 답변 요구, 이해 불가”
조계종 중앙종회 내 새로운 종책(종단 정책) 모임으로 8월 4일 출범한 ‘정법회’를 향해 동화사 총림해제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출범 약 3주 만인 정법회를 향한 이같은 요구는 동화사 교구 재적승으로 구성된 ‘팔공산 동화사 정상화를 위한 제9교구 대중회의’(대표 해관 스님, 이하 대중회의)’에서 제기했다. 대중회의는 8월 27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동화사 사태와 관련한 5가지 쟁점을 제기, 정법회의 견해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정법회 측은 공식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조계종 중앙종회는 3월 26일 제233회 임시회의에서 ‘팔공총림 동화사 총림 지정 해제’ 안을 찬성 50표, 반대 23표로 가결했다. 수행·교육 여건 미달, 회계 부정, 방장 권한 소재 등이 해제 사유로 제시됐다. 이에 동화사는 “총림 해제는 명백한 무효”라며 반발하고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총림 해제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으나 6월 각하됐다. 중앙종회는 5월 담화문을 통해 동화사가 해제된 총림 직위와 명칭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며 종헌종법 위반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법회는 지난 8월 4일 중앙종회의원 14명이 참여해 공식 출범했다. 발족 당시 정법회는 “종단의 미래를 위해 입법기구로서 집행부 견제와 협력, 교단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며, “중앙종회가 특정 소수의 이해관계를 우선해 대의기구 기능이 훼손된 상황에서 공적 기구의 역할 회복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종단의 미래 운영을 위해 제정돼야 할 종헌종법이 특정 개인과 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한 전유물로 전락했다”며 “중앙종회는 더 이상 일부 인사들의 정치적 도구가 아니라 종단 구성원 모두의 종적 기구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중회의는 27일 입장문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정법회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도 “때가 때이니만큼 정법회 출범을 보면서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치지 말고, 참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격언이 생각난다”고 우회적으로 견제했다. 이어 “문제는 종단의 혁신을 주장하는 정법회가 뜬금없이 ‘동화사 사태’를 언급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대중회의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정법회 종책위원장 대진 스님의 발언이다.
대중회의는 “대진 스님은 지난 6월 종회에서 동화사 부분은 정리가 돼 더 이슈가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절차를 따를 것과 소통 부재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진 스님은 6월 임시회의에서 동화사특위 구성에 이견을 표출했다고 한다”며 “이는 대진 스님 스스로가 말로는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안을 인정하지 않는 자가당착의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대중회의는 “정법회의 첫 사업이 동화사 사태를 덮는 데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총림 해제 정당성부터 징계 절차의 공정성까지 동화사 사태 전반에 걸쳐 정법회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먼저 총림 해제의 근거와 관련해서는 “중앙종회 보고서에 적시된 팔공총림 해제 근거와 종단 특별감사에서 드러난 사실들이 종단의 미래 발전과 무관한 일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종단의 감사를 거부한 동화사의 위법은 문제 삼지 말아야 하는가”라며 동화사의 감사 거부 행위에 대한 정법회의 시각을 요구했다. 특히 정법회가 주장하는 종단 혁신 논리와 관련해서는 “정법회의 주장은 팔공총림 해제 및 종단 감사를 근거로 한 종단 행정이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행해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아울러 동화사가 반발하고 있는 조사특별위원회에 대해서는 “동화사는 ‘동화사 부당 총림 해제 행위 조사특별위원회’가 이미 진행된 감사절차를 무시한 표적감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러한 동화사 입장에 대한 정법회의 분명한 견해를 밝혀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민감한 징계 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대중회의는 “8월 25일 오전 9시 30분경 중앙징계위원인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이 동화사를 찾아 징계 대상자인 동화사 주지 혜정 스님과 전 방장 서의현 스님, 전 주지 능종 스님 등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전 재판담합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종헌종법에 따른 절차의 중요성을 요구하는 정법회의 입장은 어떠한지 밝혀라”고 촉구했다.
정법회는 출범 당시 “내년 총무원장 선거와 무관하며, 특정 사안을 겨냥하기보다 종단의 중장기 제도 개선 연구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중회의의 이같은 공개 질의에 대해 한 종회의원 스님은 “정법회를 구성한 일부 종회의원 스님들의 발언 등에 미루어 동화사에 대한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공개 질문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정법회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로 언급된 대진 스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진 스님은 “종회에서 제기된 발언에 대해 (개인적으로) 물어온다면 답변할 수도 있지만 종책연구모임을 향해 공개 질의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법회는 동화사 총림해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거론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대진 스님은 덧붙여 “제9교구 대중회의라는 단체의 공신력과 실체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며 “이 같은 공개 질의에 대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91호 / 2025년 9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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