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주목한 한국불교의 변화
얼마 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세계적인 언론에서 한국불교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한국불교는 지금 위기의 문턱을 서성이고 있는 동시에 새로운 실험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세계적인 관심까지 마주하게 된 것이다.
기자는 ‘불교 코어(Buddhism Core)’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는 메일을 미리 보내왔다. 이리저리 찾아 정리해 보니, ‘불교 코어’란 요즘 젊은 세대가 불교적 감각을 자신의 일상에 녹여내려는 새로운 흐름을 뜻하는 말이었다. 발레 코어(Ballet Core)와 같은 사회적 신조어였다. 종교적 엄숙함에서 벗어나 불교를 자신의 옷차림, 취향, 생활양식으로 가져오는 문화적 소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가 이제 더 이상 산 속의 사찰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젊은이들의 생활 속으로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90분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서 기자는 한국불교가 최근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펼쳐온 다양한 실험들에 주목했다. K-명상, 사찰에서 열리는 소개팅 프로그램,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까지, 그녀는 하나하나 관심 깊게 물어왔다. 이 모든 실험은 종교의식에 머물지 않고 일종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냈기에 가능했다. 젊은 세대가 자아를 표현하고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 흐름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자의 두 번째 질문도 바로 이 점을 짚었다. “이러한 변화가 가진 가능성과 동시에 불가피한 한계는 무엇인가?” 열린 소통과 문화적 실험은 분명 매력적이다. 불교 고유의 가르침을 치유와 성찰이라는 시대적 언어로 다시 풀어내며, 종교가 낡고 경직된 이미지가 아니라 젊고 활기찬 색채를 띠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수행과 교리의 깊이가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일시적 유행과 소비문화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회의도 제기된다.
사실 지금까지 해외 언론은 주로 한국 사찰의 건축미나 예술적 가치, 전통 보존에 주목하곤 했다. 천년을 이어온 전통 양식이 세계적 문화유산으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루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불교의 변화 자체에 주목하며,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묻고 있다. 뉴욕타임스 기자가 ‘젊은이와의 소통’이라는 문제에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1700년 역사와 전통은 한국불교의 뿌리이자 자산이다. 그러나 뿌리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젊은 세대가 가진 진정한 갈망은 단순한 놀이와 행사가 아니라, 결국 자기 삶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진정한 평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불교가 바로 이런 젊은 세대의 열망에 응답할 수 있을 때, 세계는 다시 한번 한국불교를 ‘살아있는 종교’로 바라볼 것이다.
오늘날 한국불교는 더 이상 안온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 시대와 세대가 부딪히고 연결되는 길목,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된 현장에 서 있다. 지금 한국불교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뿌리는 지키되, 변화는 두려워하지 말 것. 깊이를 견지하되, 언어는 새롭게 할 것. 그렇게 걸어갈 때만이 한국불교는 위기의 강을 건너, 미래의 언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대전대 교수 shlee0044@naver.com
[1792호 / 2025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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