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한결같은 마음(一心不亂)으로 염불하라
죽기 직전 염불에만 집중 가능할까 죽음 인지 못한 채 사는 우리 삶의 끝 자각하며 외는 염불 ‘아미타경’ 일심불란과 밀접 생전에 신심 점검 또한 필수
기도 후 불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절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나누는 중 주고받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백중기도 중 매주 독송하는 ‘아미타경’에 대한 내용이다.
이 경전을 사경, 독송하는 이유는 선망부모와 인연 있는 모든 이들이 고해(苦海)를 벗어나 극락세계에 태어나시기를 간절히 발원하기 위함이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아미타불에 대한 설법을 듣고,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하는 6글자의 명호(名號)를 굳게 지니어 하루나 이틀 혹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흐트러지지 아니하면, 그 사람이 임종할 때에 아미타불이 여러 성인[聖衆]들과 함께 그 사람 앞에 나타날 것이니라. 그 사람이 목숨을 마칠 때에 마음이 뒤바뀌지 않고 바로 아미타불의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될 것이니라.”
한 분이 이 구절과 관련해 평소에는 열심히 못하더라도 자신의 임종을 예감할 때부터 한결같은 마음(一心不亂)으로 염불하면 극락에 갈 수 있는지 물음을 던졌다.
이에 대해 두 가지 답을 줄 수 있다. 첫째는 ‘가능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과연 죽기 직전에 일심불란이 가능하겠는가?’이다.
필자는 조계종 병원전법단 소속으로 10여 년간 대학병원 법당(法堂)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지방에서 수술을 위해 올라온 환자가 법당을 찾아왔다. 검사를 거듭할 때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10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을 맞닥뜨리니 마음이 불안해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러 왔던 것이다.
환자의 가장 큰 불안은 마취 후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본인도 모르게 잠이 오지 않고 잠시 잠이 들면 스스로도 깨어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눈 후 지금의 잠들지 않으려고 하는 그 마음에 관세음보살님의 큰 자비심을 올려놓자고 권했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을 자애롭게 자식을 돌보듯 살펴주신다 하시니 지금부터 호흡하며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도록 했다.
그리고 헤어질 때 다시 한번 쾌차를 기원하며 두 손을 잡았는데 처음 들어와서 잡았을 때의 얼음장 같았던 손에 미열이 도는 것이 느껴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느껴진다.
우리는 누구나 한번 생을 마치는 날을 기약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목전에 닿은 일이 아니다 보니 느슨하고 망각의 상태로 사는 것 같다. 앞서 소개한 환자는 목숨이 오가는 큰 병과 수술을 통해 먼 미래에 있을 죽음의 문턱까지 미리 갔었던 것 같다.
옛 선사 중 한 분은 제자를 깨우치게 하려고 일부러 배에서 떠밀어 물에 빠뜨린 후 ‘한마디 일러보아라!’라고 했다. 일부러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여 깨우쳐주려고 한 것처럼 나의 죽음을 지금 각성(覺醒)하고 염불한다면 이 염불이 ‘아미타경’에서 설하시는 일심불란의 염불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평생 갈고 닦은 공덕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생을 마칠 즈음 믿음을 깨뜨리면 이 또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의 문턱에 이르기 전 자신의 올바른 신심이 부처님의 정법(正法)에 합당한지 알아야 한다. 수행체험도 중요하지만, 경전을 읽고 배우며 연구함으로써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한결같은 마음과 뒤바뀌지 않는 신심’을 다지고 경전 공부하는 가을을 보내기를 바란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793호 / 2025년 9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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