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보듬은 30년 “이젠 교정직 공무원 마음도 돌보렵니다”

전영광 전국교정인불자연합회장 직무로 맡게 된 수용자 상담 그들 마음속 괴로움 알게 돼 부처님 법 전하며 포교 성과 7월 교정인불자연합회장 취임 “교정시설 직원 마음엔 무관심” 교도관 마음건강이 포교 첫걸음 정신건강 증진 위한 활동 계획

2025-10-17     백진호 기자
전영광 전국교정인불자연합회장은 지난 7월 1일부터 2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30여 년 동안 교정인불자연합회원이자 교도관으로서 수용자와 동료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며 이들의 변화와 마음건강 증진을 도왔다.

차디찬 쇠창살과 곳곳에 설치된 CCTV, 사회와 단절된 공기가 감도는 공간 교도소. 온기라곤 전혀 없을 것 같은 이곳에 30여 년간 불법(佛法)을 전하며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은 사람이 있다. 지난 7월 전국교정인불자연합회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전영광(평담) 회장이다.

원래 전 회장은 교도관이라는 직업에 무관심했다. 그러나 무슨 인연 때문이었을까. 우연히 교정직 공무원 특채 공고에 지원했는데,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렇게 그는 1993년 9월부터 교도관의 길을 걷게 됐다.

좋든 싫든 수용자를 상대해야 하는 전 회장은 상담 업무를 맡게 됐다. 교도관에겐 당연한 일이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던 1994년의 어느 날, 아내와 함께 방문한 부천 석왕사에서 불연이 시작되며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늘 긴장하며 지냈는데, 절에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죠. 법문을 듣던 중 ‘모든 고통과 번뇌는 내 마음에 있다’는 가르침을 접하고, 괴로움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던 제 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이후 고통의 원인을 제게서 찾고자 불교에 귀의했습니다.”

어린 시절 절에 다니는 친척 어른들을 보며 막연히 품었던, 불교에 대한 호감이 불연이라는 꽃을 피운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교정인불자연합회와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1996년 영등포교도소(현 서울남부교도소)에서 근무하던 전 회장은 교정시설 내 불자 모임인 ‘불심회’에 가입했다. 당시 불심회는 교정인불자연합회 소속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교정인불자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교정시설에서 포교활동을 하고, 연합법회와 수련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신심을 다졌다.

1998년 전 회장은 석왕사에서 ‘평온하고 잔잔한 호수’라는 뜻의 ‘평담’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이후 업무가 아닌 자비행으로서의 상담을 실천하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겼다.

“사형수, 무기징역수를 상대로 상담을 많이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들에겐 일말의 죄책감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죄로 인해 깊은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는 모든 중생에게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연기법과 자비정신을 전하며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다잡고 선업을 쌓으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처님 가르침으로 수용자를 교화하는 일이 자비행이자 포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의 진심은 수용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 회장과의 상담을 경험한 수용자들이 죄를 뉘우치고 마음의 평안을 얻으며 새 삶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 수용자는 과거의 잘못을 자책하며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저는 그에게 연기법을 설명하며 ‘참회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고 격려했는데, 처음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다가가자 그는 불교 수행에 관심을 보이며 정진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마음의 평안을 얻었습니다. 이는 부처님 가르침이 수용자 교화, 포교에서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교정기관에서 이뤄진 전법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진심으로 다가갔는데, 냉소와 오해가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전 회장의 어깨는 움츠러들었다.

“부처님 가르침으로 수용자들의 더 나은 삶을 도우려는 진심에 불신과 냉소가 돌아올 때는 힘이 빠졌습니다. 때로는 ‘교도관이 종교를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았는데, 이럴 땐 좌절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럼에도 포교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정교화가 곧 보살행’이라는 믿음이었다.

“당장 변화가 없더라도, 꾸준히 수용자들에게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법화경’의 ‘일체중생 실유불성’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아무리 큰 죄를 지은 수용자라도 그들의 내면에 불성의 씨앗이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부처님 법을 만나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의 전법은 수용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 회장은 동료 교도관들에게도 부처님 가르침과 불교 수행법을 전하며 그들 몸과 마음의 안정을 도왔다.

“교도관들은 수용자를 대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느낍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마음이 건강할 수 없고, 진정한 교화도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료들에게 명상 등의 불교 수행 방식을 소개했고, 실제로 ‘마음이 편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불교에 관심을 보이며 법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교정직 공무원의 마음건강이 “포교의 진정한 첫걸음”이라고 짚었다.
“모든 종교가 수용자 대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교정직 공무원에게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챙겨야만 교화가 이뤄질 수 있고, 나아가 수용자에게 포교를 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2023년 11월 ‘전국 교정인의 날’에 촬영한 사진(왼쪽). 지난해 열린 전국교정인불자연합회 30주년 기념법회 사진.

1994년 설립된 교정인불자연합회에서는 현재 약 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구치소와 교도소, 소년원 등 전국의 교정교화시설에서 근무하며, 4개 지부(서울·경기·강원, 충청, 호남, 영남)와 40개 지회를 구성해 정기법회, 템플스테이, 성지순례로 신행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 교정기관 수용자 지원, 포교 방안을 마련해 실행 중이다. 
30년 넘는 역사와 2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단체의 새로운 리더로서 전 회장은 어떤 비전을 품고 있을까.

“임기 2년 동안 교정시설 직원들의 정신건강 증진에도 힘쓰겠습니다. 먼저 일상에서 불교를 접하며 마음을 보듬을 수 있도록 명상 챌린지와 마음챙김 워크숍을 활성화할 예정입니다. 또 각 지역 포교사들과 협력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교정인을 위한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교 기반의 교화에 헌신하는 회원들을 포상·격려하는 제도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최근 교계에서 청년 포교가 화두인 만큼, 그 역시 청년에 주목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교정시설 포교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들이 직접 현장에서 활동하며 경험을 쌓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수련회, 명상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젊은 교정직 공무원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이를 통해 청년 회원 수를 늘릴 예정이다. 
수용자들이 출소 후 사회에 안착하도록 지원하는 일도 포교의 연장선이다. 이와 관련해 전 회장은 교계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지역 사찰과 교정기관 포교단체가 ‘출소자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성해 출소자들에게 꾸준히 신행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 수용자들을 사찰로 보낼 수 없다면, 교정기관 내 법당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재현해 사찰의 일과를 체험하도록 지원하고, 지역 사찰과 연계된 ‘사회 복귀 지원형 템플스테이’로 출소 후 안정적 사회 정착이 이뤄지도록 돕는 움직임도 필요합니다.”

교정시설 포교를 꿈꾸는 젊은 불자들에게는 ‘꾸준함’과 ‘진심’을 당부했다.
“수용자들은 오랫동안 자책과 후회 속에서 괴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한두 번의 시도만으로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없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다가간다면, 결국 그들도 여러분의 진심을 깨닫고 자신을 바꿔 나갈 것입니다.”

수용자를 대상으로 포교가 이뤄질 때마다 “죄인에게도 포교가 필요하냐”는 반응이 자주 나타난다. 하지만 전 회장의 생각은 단호하다.

“불교는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이에 따르면 수용자들도 사회의 구성원이었고, 언젠가는 사회로 돌아와야 하는 존재입니다. 불교는 이들이 진정한 참회에 이르고, 마음을 다스리며 새 삶을 살도록 돕습니다. 이는 사회 전체의 안전에 기여합니다. 그런 만큼 저는 교정시설 포교가 교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회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은 한결같이 그를 가리켜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직접 마주한 그는 역시나 말수가 적었다. 하지만 30여 년간 수용자와 동료를 향한 자비행과 포교는 그가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임을 방증했다. 그 바탕에는 곧은 신심과 자비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을 더 중시해온 전 회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백진호 기자 kpio99@beopbo.com
[1797호 / 2025년 10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