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의 뿌리를 따라 걷는 한 권의 순례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 유홍준 지음/눌와/ 664쪽/3만6000원

2025-10-24     심정섭 전문위원

미술사학자 유홍준의 신작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는 ‘한 권으로 읽는 한국미술 통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제목 그대로 구석기시대의 석기에서부터 근대 회화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의 흐름을 시간의 강 위에 유려하게 펼쳐 보인다. 664쪽에 달하는 본문과 1000여 점의 도판은 그 자체로 한 권의 미술관이자, 우리 문화의 정수를 품은 답사길의 기록이다.

유홍준은 1985년부터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강좌를 통해 대중에게 미술의 언어를 쉽고 생생하게 전해왔다. 이번 책은 그 강의가 40년 만에 완성된 결실로, 13년에 걸쳐 펴낸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여섯 권을 응축해 모두가 편히 읽을 수 있도록 재구성한 것이다.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는 저자의 신념처럼, 그는 작품을 단순히 감상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시대의 삶과 사유를 비추는 거울로 제시한다.

책은 선사·삼국, 통일신라·발해, 고려, 조선 네 시대로 나뉜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힘찬 선과 신라 금관의 찬란한 곡선, 고려청자의 서정미, 조선 백자의 절제된 품격까지 각 시대의 미적 정수를 역사적 맥락 속에 배치해 보여준다. 또한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진경산수화의 발전, 분청과 백자, 민화와 자수에 이르기까지 우리 미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아우른다.
특히 이 책은 한국미술을 세계사적 시각에서 바라본다. 저자는 신라의 유리 장신구, 일본의 고대 불상, 중국 도자 기술과의 교류를 예로 들어, 한국미술이 외래 문화를 단순히 수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소화한 창조의 역사’임을 밝힌다. 그렇게 한국미술은 동아시아 문화권 속에서 고유한 정신을 꽃피운 예술로 자리매김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미술의 뿌리와 정신, 그리고 그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일깨운다. 소파에 앉아 읽는 책 한 권이 곧 한 시대의 미술관이 되고, 한민족의 심미안이 된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798호 / 2025년 10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