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지구의 공명, ‘오대산’의 첫 울림

오대산 오대산지구시민작가포럼 엮음/월정사/ 302쪽/1만5000원

2025-10-24     심정섭 전문위원

오대산 월정사가 지구적 위기와 인간의 성찰을 주제로 한 종합 교양지 ‘오대산’을 창간했다. ‘인간의 목소리, 지구의 숨소리’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 매체는 지난해 출범한 ‘오대산지구시민작가포럼’의 비전과 활동을 담아내며, 인간 중심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창간호에는 이문재 시인을 비롯해 과학자, 종교인, 환경운동가, 사회학자 등 다양한 필진이 참여했다. 

‘오대산’ 창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인공지능 사회에서 불교의 역할’을 성찰하며, 종교가 미래 사회의 윤리적 나침반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조성택 전 고려대 교수와 정경일 성공회대 교수, 김선류 신부는 각기 다른 종교의 시선에서 지속 가능한 문명으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또한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소장은 돌봄의 위기와 생명존중의 윤리를 논했고, 이진경 교수와 최성각 작가는 사회와 환경운동의 변화를 돌아봤다.

월정사는 이번 간행이 단순한 출판을 넘어 “지구와 인간이 함께 숨 쉬는 문명”을 모색하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오대산’은 학문과 종교, 예술이 서로 대화하는 장을 지향하며 2026년부터 연 2회 정기 발간될 예정이다.

‘오대산’의 편집 책임을 맡은 이문재 시인은 “기후위기 앞에서 인간의 언어는 지체되고 있다”며 “‘극한 호우’ ‘기후지옥’과 같은 새로운 언어가 탄생하는 현실 속에서, 인류가 입을 닫고 귀를 열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인간의 말만을 절대화해온 근대 문명이 자연의 숨소리를 외면해온 결과가 오늘의 재난이며, 이제는 멈춰 서서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전환의 시작은 ‘의식 혁명’이다. 물질적 풍요 대신 정신적 성숙을 회복하고, 타자와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감수성을 되살려야 한다. 이는 종교가 추구해온 ‘깨달음’의 현대적 확장으로, 생태적 영성과 사회적 연대의 회복이 그 핵심이다.

산과 숲, 물과 바람의 생명을 품은 오대산에서 시작된 이 새로운 목소리는, 인간이 스스로의 언어를 넘어 지구의 언어로 다시 말하기를 요청한다. ‘오대산’의 출범은 문학과 종교, 과학이 함께 부르는 ‘지구의 숨소리’이자, 차이와 경계를 넘어서는 우애와 환대의 첫 걸음이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798호 / 2025년 10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