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전환시키는 찰나의 각성이 바로 마음 혁명
한방에 깨닫는 법, 마음 혁명 자현 스님 지음/불광출판사/336쪽/ 3만원.
“현실을 떠나야 깨닫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현실 속에서 깨어나는 것이 참된 수행입니다.”
불교계 대표 지성으로 꼽히는 자현 스님이 신간 ‘한방에 깨닫는 법, 마음 혁명’을 통해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심층 구조’를 새롭게 조명했다. 물질은 넘치지만 마음은 지친 시대, 스님은 그 답을 ‘관점의 전환’, 곧 마음의 혁명에서 찾는다.
이 책은 유가·도가·불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완성한 동아시아의 일원론적 사유를 핵심으로 삼는다. ‘현실 긍정, 욕망 승화, 인식 환기, 걸림 없는 자유’라는 네 축을 따라가며, 불교의 선(禪)이 어떻게 삶과 분리되지 않은 ‘살아 있는 수행’으로 정착했는지를 보여준다.
스님은 “지금의 명상은 남방불교나 서구식 기법이 주류지만, 동아시아의 정신적 토대와는 다르다”며 “우리의 수행은 ‘쉼’이 아니라 ‘끊임없는 생의 긍정’”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주역’의 “하늘의 움직임은 쉼이 없으니 군자는 자강불식한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죽음조차 또 다른 생의 움직임으로 본다. 변화 자체를 긍정하는 태도가 동아시아 명상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현대인들은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을 고요히 만들려 하지만, 본래 선은 그 반대였다”며 “생각을 억누르기보다 그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그 속에서 본래의 자아를 자각하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당대 선의 황금기를 언급하며 “혜능·마조 같은 선사들이 화두를 잡은 적은 없었다. 깨달음은 화두를 붙잡는 게 아니라, 화두가 사라지는 자리에서 일어난다”고 밝혔다.
‘한방에 깨닫는 법, 마음 혁명’은 스님의 여덟 번째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학문적 깊이와 수행자의 통찰을 동시에 담았다. ‘일원론·심성론·현실 긍정과 수행무용론’으로 구성된 책은 정교일치·천인상응·불성사상 등을 아우르며 동아시아 사유가 어떻게 ‘이미 완전한 나’를 전제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스님은 이를 “본래 완성의 수행무용론”이라 부른다. 하여 “닦을 것이 없다는 말은 방일이 아니라, 이미 완전한 삶 속에서 수행이 저절로 이뤄진다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스님의 해석은 감정과 현실의 긍정을 강조한다. 왕필의 철학을 빌려 “성인도 희로애락을 갖되 거기에 끌리지 않는다”는 동아시아적 태도를 제시하며,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수행을 강조한다. “현실이 긍정되면 감정도 긍정되고, 그때 인간은 대긍정의 유장한 흐름 속에 들어간다. 그것이 바로 선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자현 스님은 “이 책은 명상법이나 힐링서가 아니라, 동아시아가 쌓아온 정신의 기술을 오늘의 언어로 해석한 안내서”라며 “한 번의 관점 전환이 곧 마음 혁명이며, 그 순간 일상이 곧 수행이 된다”고 강조했다.
스님이 “동아시아에는 하나의 세계만 있다. 그 일원적 사유를 되찾을 때, 삶의 불안과 분열은 사라진다. 깨달음은 먼 미래의 성취가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긍정하고, 삶을 전환시키는 찰나의 각성이 바로 마음 혁명”이라고 전하는 책을 통해 독자는 지금의 관계와 일, 감정 안에서 스스로의 완전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799호 / 2025년 11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