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수기, 마음속 부처님 드러내는 일
12년 여정은 신행 문화의 성숙사 정진 체험 기록이자 희망 메시지 개인 서원, 사회적 공감으로 확대
불자들 자신이 정진하며 써 내려간 글은 마음속 부처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다. 12년째 이어진 ‘조계종 신행수기·발원문 공모전’은 바로 그 마음의 기록이자, 불교 신행문화의 발전과 변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창이다. 11월 4일 동국대 서울캠퍼스 중강당 남산홀에서 열린 제12회 시상식은 신행 체험이 공동체의 원력으로 확장된 불교문화운동의 결실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12년간의 여정은 곧 한국불교 신행 문화의 성숙사를 보여준다. 초기에는 신행수기 부문만 있었으나, 제7회부터 발원문이 추가되어 ‘체험과 서원’을 함께 담았다. 교정교화 부문을 신설해 수감자들의 참여까지 포용하며, 나이와 지역을 초월한 대중의 수행공동체로 확장됐다.
이 공모전은 2014년 법보신문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예불과 기도, 참회와 기원 속에서 얻은 체험을 글로 정리하는 순간, 불자들은 자신의 신행을 깊이 있게 돌아보게 되고, 그 이야기가 다른 이들과 만날 때 신행 문화로 확산된다는 믿음에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공모전은 12년간 불자들의 신행 이야기를 모으고 나누는 소중한 문화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참가자들의 글에는 화려한 문장이 없다. 대신 진솔한 정진의 향기가 배어 있다. 병상에서 불경으로 고통을 이겨낸 노보살, 참선으로 상실을 극복한 신도, 기도와 봉사로 마음의 전환을 얻은 불자들의 이야기는 읽는 이의 가슴을 적신다.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문장이 곧 예불이요 참회였다는 고백처럼, 글쓰기는 곧 수행이었고, 신행의 원력을 새롭게 세우는 과정이었다. 이 공모전이 우수작 선별의 장이 아니라, 불자들의 수행 경험을 함께 나누고 회향하는 거룩한 장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사위원단은 공모전을 “한국불교 신행의 현주소이자 수행공동체의 구술사”로 본다. 문학적 완성도보다 진정성과 현실성을 중시하며, 삶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한 구체적 체험을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한다. 발원문 심사위원장 우봉 스님이 “현실과 맞닿은 글이 불자들의 신행에 길잡이가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공모전이 앞으로도 그 의미를 잃지 않기를 기원한다.
이 공모전은 교계에 ‘신행의 기록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전통적 법어 중심의 수행담에 더해, 평범한 불자들의 신행 경험이 새로운 언어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작들은 단행본과 방송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며 신행의 귀감이 되고 있으며, 이는 종교적 신행을 개인의 일상과 만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더불어 비불자에게도 법의 자비의 가치를 전하는 의미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12년간 모여온 이 이야기들은 현대 한국불교의 신행을 기록하는 소중한 증언이면서 동시에 미래 세대에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다. 병상에서 부처님 법을 깨달은 노보살, 가족의 갈등을 참회와 기도로 풀어낸 가장, 절에서의 봉사 속에 세상의 고통을 새롭게 본 청년 불자. 이런 각각의 수기들이 또 다른 불자의 신행을 일깨우고, 한 줄의 발원문이 공동체 전체의 원력이 되는 순환 속에서 우리는 대승불교의 살아 있는 전법을 본다.
언어로 법을 전하고, 기록으로 마음을 잇는 일. 그것이 법보신문과 조계종 중앙신도회, BBS불교방송이 함께 12년간 이어온 원력의 여정이다. 이 공모전을 통해 불자들의 신행은 더 이상 개인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 사람의 간절한 서원이 곧 공동체의 힘이 되고, 개인의 고통이 사회의 공감으로 일어난다. 이것이 신행의 기록문화가 담아야 할 진정한 의미이며, 불교가 현대사회와 만나는 방식이다.
[1800호 / 2025년 11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