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천도‧다비 전통의식, 법요집 3권에 결집

통용불공법요집 천도법요집 다비법요집 월성 스님 지음/ 사단법인 대한불교 교종

2025-11-07     심정섭 전문위원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는 수많은 일이 생기고, 그 모든 일에는 예(禮)가 따르기 마련이다. 예는 곧 마음의 바탕이며, 그 마음이 모여 불교에서는 ‘의식’이라 불린다. 천불사 주지이자 사단법인 대한불교 교종 종정인 도산 월성 스님이 평생 여러 사찰을 찾아다니며 옛 스님들의 불공(佛供) 의식을 직접 조사하고, 이를 집대성한 ‘통용불공법요집’을 펴냈다. 더불어 ‘천도법요집’과 ‘다비법요집’도 함께 간행해 불교의례의 통일과 올바른 수행지침을 제시했다. 오랜 세월 사찰에서 직접 집행해 온 불공 의식을 정리하여 책으로 엮은 결과물이 바로 이번 ‘법요집’ 3부작이다.

월성 스님은 “그동안 훌륭한 의식집이 많았으나 간소화와 편의성에 치우쳐 정통성이 흐려졌다. 옛 큰스님들의 기도법을 바탕으로 불자들에게 희망과 신심을 주고자 염송집을 편찬했다”고 밝혔다.

‘통용불공법요집’은 대웅전·극락전·지장전 등 전각별 예불문과 관음청·지장청·산신청 등 사찰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불공문을 망라했다. 특히 스님은 “대중이 있는 곳에는 일이 있고, 일이 있는 곳에는 예가 있다”고 강조하며, 불공이란 단순한 기도가 아니라 부처님 앞에 마음을 다해 예를 갖추는 행위임을 일깨운다. 불공은 탐·진·치를 씻어내는 수행의 첫걸음이자, 모든 중생과 더불어 깨달음을 향한 마음공양이라는 것이다.

함께 간행된 ‘천도법요집’은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 망자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천도의식의 전체를 담았다. 신중작법, 관음시식, 지장시식, 영반과 구병시식 등은 물론 불교 장례의례까지 세밀히 수록되어 있다. 천도(遷度)는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지만, 산 자가 생사의 무상함을 깨닫고 자비를 확장하는 수행이기도 하다. 하여 스님은 “부처님의 법음이 망자를 밝히고 산 자를 일깨운다”며 천도를 수행자의 큰 자비행으로 제시한다.

또한 ‘다비법요집’에는 염습·성복제·영결식·다비·삼우재·칠재 등 장례 의식의 전 과정이 상세히 정리돼 있다. 다비(茶毘)는 단순한 화장이 아니라, 몸을 다시 자연에 회향하는 마지막 불공이다. 스님은 이를 통해 “삶의 마무리조차 수행의 한 자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월성 스님은 이번 법요집 편찬을 통해 “현대 불교의 의식이 간략화되면서 여법함이 사라진 현실을 바로잡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불교의례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깨달음의 길을 여는 ‘법(法)의 문’이다. 스님은 불공·천도·다비를 각기 다른 행위로 보지 않고, 한 생을 관통하는 수행의 세 흐름으로 이해한다. 살아서는 불공으로 공덕을 쌓고, 죽어서는 천도로 회향하며, 다비로 무상과 자비의 진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통용불공법요집’ 3부작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불교 의식의 통합과 계승을 위한 사적(史的)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요집이 불자들의 신심을 증장시키고, 사찰마다 정통 예불이 다시 피어나 극락정토를 이루는 인연이 되길 바란다”고 기원한 스님이 불공과 천도, 다비를 아울러 편찬한 법요집 3부작은 생사의 경계를 넘어선 수행의 실천서이자, 예경의 마음을 되살린 불교의 새로운 길잡이라 할 만하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800호 / 2025년 11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