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 본질로 불교공동체 형성·변용 재조명
불교공동체와 계율 신성현 지음/여래/336쪽/ 3만원 신성현 교수, 초기불교서 동아시아까지 불교 계율의 전개 과정 체계적으로 정리 불교의 생명을 지키는 윤리적 질서 강조
불교 근간은 가르침과 수행,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계율에 있다. ‘불교공동체와 계율’은 이러한 율장의 본질을 통해 불교공동체의 형성과 변용을 새롭게 조명한 연구서다. 신성현 동국대 교수가 30여 년간 발표한 논문 중 10편을 엄선해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 나아가 동아시아 불교의 계율 전개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붓다가 단지 가르침만 전한 성인이 아니라, 재세 시 이미 완벽한 교단과 계율을 설계한 종교적 설계자였다고 본다. “붓다의 교단은 계율이 있었기에 유지될 수 있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계율은 불교의 생명선을 지키는 윤리적 질서다. 다른 종교가 세월 속에 규율을 다듬어 간다면, 붓다는 성도 직후부터 이미 교단의 청사진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책은 총 3부 10장으로 구성됐다. 1부는 ‘초기불교의 교단’으로 재가자와 출가자의 관계, 화상과 제자의 교육체계, 교단 내 분열의 원인 등을 다룬다. 특히 베살리에서 일어난 십사 논쟁을 중심으로 교단 분열의 내면적 요인을 탐구하면서, 초기불교 승가가 어떻게 공동체적 화합을 유지하려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부는 ‘대승불교의 계율과 교단’을 주제로 불식육계(不食肉戒)와 보살계의 성립을 재조명한다. 육식 금지가 자비 실천의 확장이었음을 밝히며, 보살계의 삼취정계가 오계와 팔재계를 계승·발전시켜 수행의 윤리적 틀을 넓혀갔음을 분석한 것이다.
3부는 ‘불교 계율과 윤리’로 동아시아 각국에서 계율이 어떻게 수용·변형되었는지 탐색한다. 인도 계율이 중국·한국·일본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각 사회의 도덕 의식과 문화적 필요에 따라 재해석되었다는 점은, 계율이 단순히 규율이 아니라 시대의 윤리적 패러다임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또 율장에 드러난 남녀 차
별 문제를 다루며, 평등을 지향한 붓다의 정신과 현실 사회의 제약 사이에서 발생한 괴리를 분석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원광의 ‘세속오계’를 불교 계율사 속에서 새롭게 읽어내며 출가와 재가를 잇는 윤리의 다리로 조명한다.
‘불교공동체와 계율’은 불교가 어떻게 인간의 삶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윤리를 구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상사적 지도다. 하여 계율은 금지가 아니라 관계를 맺는 방식이며, 불교공동체는 그 관계의 실천 속에서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책이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800호 / 2025년 11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