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 압수수색, 역사·문화·정신 토대 훼손한 법적 조치”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11월 10일 성명 “참담함 넘어 모멸감 주는 과도한 처사” 유감 표명
조계종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이하 본사주지협)가 김제 금산사와 군산 은적사에서 집행된 압수수색 조치에 대해 ‘참담함을 넘어 모멸감을 갖게 하는 과도한 처사’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본사주지협은 사찰이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1700년의 역사와 문화의 보고’이자 ‘국민의 신앙적 토대’임을 강조하며, 행정당국의 무차별적인 법 집행이 더 크고 소중한 가치를 잃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사주지협은 11월 10일 발표한 ‘존엄한 역사·문화가치와 국민의 정신적 토대를 훼손한 압수수색 조치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행정당국에도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고 사법적 판결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과 불자들에게 염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밝힌 본사주지협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정한 법 집행에는 적극 동의하며 해당 사찰들도 그동안 당국의 수사에 충분히 성실하게 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협의회는 “이번 문제에 대해 단순히 ‘종교적 성역’, ‘신성불가침의 영역’ 등 불법적 자기방어적인 태도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그럼에도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이라는 수단이 동원된 것에 대해 “참담함을 넘어 모멸감을 갖게 하는 처사로 너무나도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의 국민과 함께 17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신앙영역에 과도하고 무차별적이고 신중하지 못한 법적 조치는 더 크고 더 소중한 가치를 잃게 하였다”고 우려한 협의회는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법 집행에만 천착하여 진행한 점에 대단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협의회 이번 조치로 인해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정신문화의 기반까지 허물어 버린다면 금번 조치는 자칫 법집행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종교탄압이라는 모양새로 변질되어 보일 것”이라고 지적하며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사려깊은 법집행”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다음은 입장문 전문.
존엄한 역사•문화가치와 국민의 정신적 토대를 훼손한 압수수색 조치에 대한 입장문
지난 11월 7일 김제 금산사와 군산 은적사에 압수수색을 집행하였습니다. 이에 저희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는 참담함과 동시에 모멸감을 느낍니다.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고 사법적 판결이 완전히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저희 또한 불미스런 일로 법적논쟁과 언론에 오르게 된 점은 국민들과 불자들에게 염려를 끼치게 한 점만으로도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는 공정한 법집행이 이뤄지는데 있어서는 적극 동의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당 사찰들은 당국의 수사 등에 충분히 성실하게 임할 준비가 되었던 것으로 압니다.
다만 , 그 과정에서 압수수색이라는 수단이 동원된 것은 너무나도 참담함을 넘어 모멸감을 갖게하는 처사로 너무나도 과도했습니다.
한반도의 국민과 함께 17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신앙영역에 과도하고 무차별적이고 신중하지 못한 법적 조치는 더 크고 더 소중한 가치를 잃게 하였습니다.
저희도 단순히 '종교적 성역이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등등의 철저히 불법적 자기방어적인 자세와 상투적인 몰염치의 태도로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고심하고 고심하는 주안점은 앞선 두 사찰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국민의 신앙적 토대이며 1700년의 역사와 문화의 보고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법집행에만 천착하여 진행한 점에 대단한 유감을 표합니다.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정신문화의 기반까지 허물어 버린다면 금번 조치는 자칫 법집행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종교탄압이라는 모양새로 변질되어 보일 겁니다.
이에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사려깊은 법집행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또한 행정당국에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불기2569(2025)년 11월 10일
대한불교조계종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일동
[1801호 / 2025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