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들, 천년불교 경주서 새 미래 모색
APEC 정상회담은 ‘지속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걸쳐 천년 불교문화도시 경주에서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21개국 정상들을 비롯한 각국의 정치·경제·문화계 등의 주요 인사들은 인류가 당면한 주요 현안들에 대한 대안을 모색했다.
‘연결'의 과제는 세계 경제 속 상호의존을 강화하고, 안정적 공공과 포용적 성장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혁신'의 과제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술 혁신은 인간 중심의 방향성을 잃지 않아야 하며, 기술을 선의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 APEC이 안고 있는 중요한 과제이다. ‘번영'의 과제는 물질적 성장에 머물지 않고, 포용과 평화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확장하는데 두어져야 한다. 한국 문화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그 뿌리를 깊이 있게 탐색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의 존재 가치를 위협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인간 고유의 역량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 수 있도록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창의적 사고, 비판적 문제 해결 능력, 공감 능력, 협업 능력은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인간의 이러한 역량은 필수적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적 가치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사회의 핵심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교육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질문하고 탐구하며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융합적 사고와 감성적 지능을 발달시키는 교육이 중요하다. 또한,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교육을 넘어 평생 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는 자세가 개인의 생존과 발전의 열쇠가 된다. 미래는 이러한 것들을 준비하는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는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 본연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미래는 이러한 것들을 준비하는 우리들 앞에 펼쳐질 것이다. 기술의 발전을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기술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게 해서는 안된다.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도 사전에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천년 불교문화의 찬란한 유산을 간직한 경주는 바로 이러한 성장의 핵심 기반이 된다. 경주가 품고 있는 유구한 역사와 심오한 불교적 가치는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이는 현대 문화콘텐츠의 무궁무진한 영감의 원천이며, 한국 문화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창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된다. 우리는 경주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산업의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세계 속 K-콘텐츠의 지평을 더욱 넓혀야 한다.
21개국 정상들은 ‘문화창조산업'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협력의 필요성을 명문화 한 경주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은 경제 협력 문제를 넘어, 인류 공동체 평화를 향한 정신적 유산을 계승한 상징적 결실이다. APEC이 남긴 과제는 숫자나 성과가 아니라, 이러한 깨달음의 연대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일이다. 불교도시 경주가 보여준 길처럼, 지속가능한 내일은 상호 존중과 배려 속에서 피어날 것이다.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seok333@daum.net
[1801호 / 2025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