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명상으로 얻는 평화는 개인 휴식을 넘어 존재 전체가 서로를 비추는 맑고 고요한 순간이다
11월의 하늘은 유난히 깊고 투명하다. 밤이 되면 차가운 공기 사이로 별빛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마치 모든 소리를 삼킨 듯 적막하다. 그 고요 속에서 유난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별을 바라본다. 싯다르타는 저 별빛 한가운데에서, 있는 그대로 비추는 생명의 참된 성품을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아득한 빛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깨어 있는 마음의 성품 안에서 반짝이고 있는 셈이다. 우주를 가로질러 온 그 오래된 빛은, 나라는 경계를 녹이고 모든 생명을 하나로 잇는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가 식어가며 전자와 양성자가 얽히고, 별과 행성이 태어났다. 그 별들이 타오르며 스스로를 태워 만든 원소들이 지금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다. 별이 폭발하며 흩뿌린 그 조각들이 지구가 되었고, 바로 여기서 생명현상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별의 중심에서 태어난 원소들의 후손이며, 우리의 세포와 뼈, 핏속에는 우주의 기억과 별빛의 흔적이 담겨 있다. 우리는 ‘별에서 온 그대’인 것이다.
내 몸은 수십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들은 매 순간 태어나고 죽는다. 물질로서의 나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무엇이 ‘나’라는 동일성을 지켜주는가. 불법에서는 오래전부터 그 물음에 답해왔다. ‘나라고 할 실체는 없다’는 무아(無我), ‘모든 존재는 서로의 인연 속에서 생겨 날 뿐이다’라는 연기(緣起)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나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 비추는 햇살, 모두가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나는 우주의 일부를 들이고, 내쉴 때마다 다시 우주로 돌려보낸다.
나의 생명은 그저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 바람과 별빛이 이어준 흐름인 것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우주의 호흡이 나를 통해 잠시 드러난 것일 뿐이다. 이 사실을 깊이 받아들이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남과 나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세상 모든 존재가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자연의 모든 것이 나를 이루는 인연의 일부로 여겨진다. 그래서 자비란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저절로 피어나는 따뜻한 마음인 것이다.
명상은 이 우주의 진실을 내 안에서 확인하는 길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에 귀 기울이면, 미세한 생명의 진동이 온몸을 채운다. 그 미묘한 흐름 속에서 ‘나’라는 경계가 조금씩 녹아내린다. 내 안의 고요가 깊어질수록 타인의 고통에도 더 넓게 공명하게 된다. 우리가 명상을 통해 얻는 평화는 단지 개인의 휴식이 아니라, 존재 전체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맑고 고요한 순간이다.
겨울 하늘의 별빛은 오래된 시간의 기억을 품고 있다. 오래된 우주의 숨결이 지금 나의 눈빛과 호흡에 와 닿고 있는 것이다. 별의 탄생과 소멸, 그 끝없는 순환이 내 안의 생명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조용히 눈을 감으니, 그 빛은 내 안에서도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빛으로 이어진 하나의 우주다. 그 빛이 당신 안의 고요와 만나, 세상을 따뜻하게 비출 또 하나의 별이 되길 희망해 본다.
선우 스님 부산 여래사불교 대학 학장 bababy2004@naver.com
[1801호 / 2025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