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동체대비(同體大悲), 자녀 위한 기도

부모의 기도, 자녀 마음 밝히는 길 수능 백일기도가 전하는 마음 부모·자녀가 느낀 정신의 울림 마음이 통하는 기도의 순간들 자비로 이어지는 한 마음의 길

2025-11-14     덕산 스님

금주는 전국 사찰에서 대학 입시를 앞둔 수능 백일기도가 회향하는 주간이다. 고3 입시생의 마음은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할 것이며, 부모 역시 자녀를 위한다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장애가 될 행동을 삼가며 세심한 나날을 보낸다. 고3이 되면 1년 내내 미역국조차 쳐다보지 않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필자는 봄 학기 새내기들에게 ‘부모은중경’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 뒤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하곤 한다. “고3 때 부모님이 1년 혹은 수능 백일기도를 하신 분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이어 어머니의 기도가 실제로 본인의 학업에 도움이 되었는지 묻는다. 대부분 10명 중 8~9명은 부모가 직접 기도를 하거나, 사찰 백일기도에 동참했다고 답한다. 두 번째 질문인 ‘기도가 도움이 되었는가’에 대해 70~80%가 “부처님의 자비나 가피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확실한 점이 있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어머니가 기도하러 다니며 들고 다니던 가방과 불경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초조함이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또 한 학생의 대답은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평소 걱정이 많아 잔소리가 끊이지 않던 어머니가 기도하는 기간에는 꼭 필요한 말 외에는 잔소리를 전혀 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입시 당일에 있었던 한 불자의 이야기도 소개하고자 한다. 입시 몇 달 전,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이 고3인데 내가 기도할까 하다, 평소 기도 열심히 하는 네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다. 이에 동생은 다니는 절의 백일기도에 동참해 조카를 위해 정성껏 기도했다.

그런데 수능 당일 오후 3시 무렵, 고모는 식곤증인지 졸음이 오고 정신이 산만해져 기도에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조카도 오전부터 집중하느라 피곤할 텐데, 이런 때일수록 더 정신 차리고 기도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고 더 큰 목소리로 독경을 따라하며 일배 일배 정성껏 절을 이어갔다.

그날 저녁 조카와 통화했을 때, 고모가 “3시쯤 너무 힘들어 집중이 안 됐다”고 말하자 조카도 “맞아요. 고모! 저도 그 시간에 머리가 무겁고 지문이 하나도 안 읽혀 몇 번이나 반복했어요. 시간은 흐르는데 진도가 안 나가 불안해서 뒤쪽 문제부터 풀기 시작했죠. 그러다 정신이 맑아져 앞에 푼 문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라고 답했다. 고모는 조용히 ‘정신이 통한 것’을 느꼈다고 한다.

조계종 종정이자 해인사 방장이셨던 성철 큰스님께서는 ‘100일 법문’에서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입증하는 보고서로 영국 캐넌 경(Sir Alexander Cannon)의 ‘The Power Within’을 소개한 바 있다. 캐넌 경은 실험을 통해 인간의 정신작용이 뇌신경세포의 활동을 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정신과 정신이 서로 통하는 ‘텔레파시(Telepathy)’, 곧 정신감응이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부처님의 밝고 맑은 자비의 기운을 내 마음에 일으켜 상대에게 향하게 하면, 그 기운은 온전히 전달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남을 위한 기도가 효과가 있는가’라는 화두를 품지만, 병자나 장애를 겪는 이를 위해 기도하던 중 예상치 못한 희소식을 듣는 경우는 적지 않다.

모든 기도의 근본은 ‘일체중생의 마음과 내 마음이 둘이 아니다’라는 동체대비(同體大悲)다. 이 마음에서 비롯된 기도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닿고, 또 누군가를 살린다.

덕산 스님 조계사 교육수행원장 duksan1348@nate.com

[1801호 / 2025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