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불교 명상, 마음을 경작하는 길

명상, 불교에선 ‘수행’이자 ‘마음계발’ 경전 어디도 ‘명상’ 단어 부재 개념 모호…서로 다르게 이해 인격 성장 촉진하는 수행과정 마음 가꾸기에 ‘경작’과 유사

2025-11-14     문진건 교수

명상은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멈추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통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정작 명상의 종교인 불교에는 ‘명상’이라는 단어가 없다.

불교학자들에 따르면 ‘불교 명상’이라는 말 자체가 애초에 모호한 개념이다. 국내의 연구나 불교 서적을 살펴봐도 ‘불교 명상’의 개념을 뚜렷하게 정의한 사례는 거의 없다. 즉, ‘불교 명상’이라는 용어는 자주 쓰이지만, 실제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불교 경전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상(meditation)’에 해당하는 정확한 단어가 없다. 불전 어디에도 “명상하라”라는 표현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가까운 개념으로 팔리어 ‘브하와나(bhāvanā)’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 단어는 ‘만들다’ ‘자라다’라는 뜻의 동사 ‘브하와티(bhāvati)’에서 파생된 말로, ‘계발하다’ ‘성장시키다’ ‘발전시키다’라는 뜻을 지닌다.

즉, 불교의 명상은 단순히 조용히 앉아 마음을 비우는 행위가 아닌, 마음을 ‘길러내는 일’이다. 오늘날 명상이 ‘이완’이나 ‘집중’으로 이해되는 것과 달리, 초기 불교의 맥락에서 명상은 ‘정신의 계발’, 다시 말해 마음의 성숙을 위한 훈련이었다.

불교심리학자 안도 오사무는 브하와나를 “완성을 향한 방법”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것이 단순한 휴식이나 내면의 평온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미국의 불교학자 월리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말한다. 그는 “역사적 붓다는 마음의 수련을 설명하기 위해 브하와나라는 단어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부처님은 이 단어가 지닌 ‘계발’의 의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즉, 부처님이 말한 명상이란 어떤 신비한 체험이나 초월적 의식 상태가 아니다. 마음을 기르고 가꾸는 일, 곧 ‘내면의 경작’이다. 마치 농부가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듯, 수행자는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길러야 한다. 부처님은 명상을 통해 마음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지혜와 자비가 자라나게 하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불교 경전에는 브하와나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감각을 다스리는 인드리야 브하와나, 마음을 닦는 찌따 브하와나, 계·정·혜의 삼학을 닦는 계발의 수행 등이다. 더 나아가 자비희사(慈悲喜捨)의 네 가지 마음과 결합해 자애수행, 연민수행, 기쁨수행, 평정수행 등으로 확장되며, 인간 내면의 다양한 덕목을 길러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팔리어 소부 경전인 ‘여시어경(Itivuttaka)’에서는 부처님께서 자애의 마음을 해와 달의 광채에 비유하며, “그것은 빛나고, 타오르고 타올라 다른 모든 선한 행위를 능가한다”고 말씀하신다. 자애심을 닦고 길러 행함을 끝없이 하는 그것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불교에서 말하는 명상은 단순히 조용히 앉아 마음을 비우는 행위가 아니라 인격과 마음을 전인적으로 성장시키는 수행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수행자는 명상을 통해 미숙한 마음을 점차 성숙시키며, 집착과 분노, 무지와 같은 번뇌를 줄이고 자비와 지혜를 길러나간다. 따라서 불교의 맥락에서 ‘명상’을 정확히 표현하려면 그것은 ‘수행’ 또는 ‘마음의 계발’이라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부처님이 가르친 명상은 어떤 기술이나 기법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근본적인 길을 의미한다. 명상이란, 결국 마음을 경작하는 일, 그 오래된 농사의 다른 이름이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cherryhill2736@gmail.com

[1801호 / 2025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