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세우는 지혜의 길

붓다와의 마음수업 정준영 지음 웨일북 239쪽/ 1만8000원

2025-11-14     심정섭 전문위원

“지나간 것에 괴로워하지 말고, 오지 않은 것을 바라지 말라.” 

부처님이 설한 이 한마디는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경구다. 빠른 속도와 끝없는 비교 속에서 흔들리는 현대인의 삶에, 초기불교 학자이자 명상 지도자인 정준영 교수의 신간 ‘붓다와의 마음수업’은 고요한 중심을 세우는 수행의 길을 제시한다.

정 교수는 미얀마 수행처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하나로 길을 나섰다. 여정의 끝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수행의 길은 멀리 있지 않으며, 지금 이 자리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차릴 때 열반의 문은 열린다는 깨달음이었다. 30여 년 수행의 끝에서 얻은 결론은 단순하지만 깊다. 행복은 더 많이 이루는 데 있지 않고, 부족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수행자로서 겪은 실재의 체험과 깨달음의 기록이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 ‘좋고 싫음은 수행의 목적이 아니다’ ‘외로울지라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각 장은 수행이란 자기 성찰의 길이며, 열반에 이르는 방법은 단 하나가 아님을 일깨운다. 수행의 길은 다르지만 그 목적은 결국 자신 안의 평화에 닿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2부는 부처님이 제시한 세 가지 훈련, 즉 계(戒)·정(定)·혜(慧) 삼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계학은 뿌리처럼 삶의 토대를 세우고, 정학은 마음의 집중을 통해 흔들림을 멈추게 하며, 혜학은 통찰의 눈을 열어 진리를 보게 한다. 정 교수는 이 세 겹의 길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 괴로움인 탐·진·치의 독을 비워내고, 불안과 분노로 가득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법을 일상의 언어로 전한다.

그는 수행을 “스스로 선택하며 나아가는 힘”이라 정의한다. 억지로 자신을 바꾸려 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라는 것이다. 고통이 사라져야 평온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깊어질 때 평온은 스스로 찾아온다. 저자는 “과거는 이미 버려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알아차려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법’을 전한다.

책은 불안과 분노, 욕망과 집착으로 흔들리는 우리 마음을 비추는 등불과도 같다. 하여 행복은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 속에 이미 존재함을 일깨운다. 저자의 수행담은 우리 각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그 물음에 잠시 멈춰 귀 기울일 때, 우리의 마음에도 고요히 평화의 등불이 켜질 것이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801호 / 2025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