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불교 "궁금해?무엇이든!”

불교, 한 번쯤은 궁금하잖아 중현 스님 지음/불광출판사/304쪽/ 2만2000원 증심사 주지 중현 스님이 불교 전 영역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사찰 밖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불교 모습 담아낸 ‘삶의 철학서’

2025-11-14     심정섭 전문위원

요즘 불교는 사찰을 넘어 일상의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명상과 템플스테이, 불교박람회가 성황을 이루는 가운데, 사람들은 위안을 넘어 사유의 근원을 불교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불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누구나 망설인다. 바로 그 물음에 중현 스님이 ‘불교, 한 번쯤은 궁금하잖아’를 통해 답한다.

이 책은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교양 강의다. “불교는 종교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부처님의 생애, 불교의 역사와 문화, 수행과 윤리, 생사관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전 영역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었다. 중현 스님은 교리나 용어보다 삶의 언어로 불교를 풀어내며, 사찰 밖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불교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님은 젊은 시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몸담았고, 이후 프로그래머로 대장경 전산화 사업에 참여했다. 1998년 송광사에서 출가한 스님은 봉암사와 화엄사 등 선원에서 정진했고, 현재는 무등산 증심사 주지로서 유튜브 ‘증심사’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력은 불교의 철학과 사회 현실을 함께 껴안은 시선을 만들어냈다.

책은 총 7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불교와 종교’에서는 종교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서양에서 정치·경제·과학이 종교에서 분리된 뒤 남은 것이 신앙이었다면, 현대의 불교는 그 신앙의 자리에 ‘영성’을 제시한다. 흔들리는 가치 속에서 개인이 삶의 방향을 잃을 때, 불교는 여전히 인간을 일으켜 세우는 근원적인 힘이 된다.

제2부와 제3부에서는 부처님의 생애와 불교의 역사를 따라간다. 여기서는 수행의 길과 구원의 길이 따로 있지 않음을 밝히며, “세상은 나와 너로 나뉘지 않는다. 모두가 하나의 나”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이어 제4부 ‘불교의 수행’에서는 믿음과 기도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기도는 ‘소통’이며, 믿음은 자기 성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또한 수행은 이타심에서 출발해야 하며,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서원이 깃들 때 비로소 깨달음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파한다.

중현 스님이 ‘불교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삶의 언어로 답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제5부와 제6부에서는 불교 윤리의 현대적 의미를 탐구한다. 그리고 마지막 제7부 ‘불교의 생사관’은 찰나의 개념으로 마무리된다. 여기서 스님은 “우리는 하루에 수억 번의 생각을 하지만 단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죽음을 멀리 두지 않고 삶의 한가운데로 불러낸다.
그래서 책은 “불교를 지식이 아니라 감각으로 전하는 입문서”라 평할 만하다. 불교의 방대한 교리를 단순히 해설하기보다, 관계와 선택, 일상 속의 고민 속에서 스스로를 단단히 세우는 힘을 길러주는 안내서에 다름 아니다.

‘불교, 한 번쯤은 궁금하잖아’는 결국 ‘삶의 철학서’라 할 수 있다. 힐링에서 이해로, 이해에서 실천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불교는 더 이상 먼 사유가 아니다. 이 책에서 오늘의 언어로 다시 피어난 불교, 그 다정한 사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