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 김민석 총리에 "목숨을 담보한 일터 더는 안된다"
11월 18일, 위령재 앞서 총리·희생자 유가족 만나 김민석 총리 “유가족 이야기 듣겠다…간담회 곧 마련”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산재·단속·현장 사고로 희생된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위령재에 앞서 11월 18일 조계사 관음전에서 국무총리 김민석 총리와 유가족, 관계 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전 차담을 진행했다.
차담에는 태안화력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씨, tvN PD 고 이한빛 씨의 아버지 이용관 씨, 정부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베트남 노동자 고 뚜안 씨의 부모 응웬티투후엔·부반숭 씨가 자리했다. 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최종수 성균관장,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안호영 의원, 조계종 사회부장 진성 스님이 배석했다.
김민석 총리를 만나기 전 산재 유가족들을 만났던 진우 스님은 “미리 나눈 이야기 중 한 가지를 다시 건의드리고자 한다”며 단속 과정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 문제를 언급했다. 스님은 “해외 노동자들이 단속 과정에서 뛰어내려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 숨어 있다 기력이 다해 떨어져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다”며 “근로자이니 노동부에서 관리해주었으면 하는 요구가 19년 동안 이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거칠게 단속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는 점을 감안해서 살펴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정부와의 정례 간담회 필요성을 직접 전달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는 “산재 피해자 모임이 매달 이야기하지만, 우리 요구와 이야기를 직접 전할 자리가 필요하다”며 노동부 등과의 간담회를 요청했다.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역시 “산재 피해 가족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간담회 개최를 재차 요청했다. 고 뚜안 씨의 어머니는 “딸은 공부하며 열심히 살려고 한국에 왔는데 이런 죽음을 당했다”며 “정부가 진상을 규명해 편히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민석 총리는 “꽃같은 20대에 떠난 세 분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며 “일하다 희생된 것은 국가의 책임이며 나라가 할 도리를 다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지도록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 감사하다”며 “안전 문제는 노동부 장관에게 대통령이 일임한 상태이며, 필요할 때마다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계종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고 추모식도 준비해주어 감사하다”며 “유가족들의 요청을 무겁게 받들어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종교적 입장에서 보면 죽은 이와 살아있는 이 모두의 마음이 평안해야 한다”며 “이미 가신 분들은 저승에서의 평안을 찾아야 하고, 남은 유가족은 현실에서 마음이 평안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터에서 사고와 재해로 인한 사망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정부가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며 “원인 규명 이전에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령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진우 스님은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이라는 서류 봉투를 총리에게 전달했다. 김민석 총리는 “무겁게 읽고 노동부 장관과 함께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공동취재단·유화석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1802호 / 2025년 11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