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차별없는 일터 만들어야”…조계종, 산재 희생자 위령재 봉행

11월 18일 조계사서 유가족과 슬픔 나눠 2025년 하루 평균 6명 산재 피해자 발생 위험의 외주화·이주화에 대한 비판 목소리

2025-11-18     권정수 기자
조계종이 산재 사망 희생자 추모 위령재를 봉행했다. 사진은 416합창단이 추모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산재 사망자는 연평균 2000여 명, 올해 상반기에만 11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6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셈이다. 이들의 희생이 더 이상 헛되지 않도록 산재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발원이 서울 조계사에서 울려 퍼졌다.

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11월 18일 서울 조계사에서 산재 사망 희생자 추모 위령재를 봉행했다.

이 자리에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기획실장 묘장, 사회부장 진성, 교육부장 유정 스님, 사회노동위원 스님들과 김민석 국무총리, 최종수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사부대중 1000여 명이 함께했다.

추모타종으로 시작된 위령재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헌향, 최종수 회장, 안호영 위원장, 양경수 위원장, 유가족들의 헌다와 헌등이 이어지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유가족들은 고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깊은 슬픔에 잠겼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희생자를 기리며 헌향하고 있다.[조계종]

이어 상영된 추모 영상은 국내 산재 사고의 심각성과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현실을 조명하며, 산재는 국적과 언어, 신분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일깨웠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천도법문을 통해 “오늘의 추모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계의 목탁으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자비는 구조적 변화의 용기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천도법문을 통해 “부처님께서 ‘모든 존재가 불성을 지녔다’고 하셨듯이 어떤 생명도, 어떤 한순간도 결코 가벼울 수 없다”며 “하지만 우리는 소중한 생명이 일터라는 이름 아래 너무 쉽게 스러지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령재는 과거의 장면을 떠올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고 앞으로 반복되지 않아야 할 죽음을 막기 위한 자리”라며 “오늘의 추모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계의 목탁’으로, 조계종은 생명존중의 가르침을 지키는 종단으로서 산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추모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빠른 성장 이면에는 산업재해로 인한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무로,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 일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산업재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지난 9월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기반으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더 이상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부는 산업재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지난 9월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기반으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더 이상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공동취재단]

최종수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은 “산재 희생자들께서는 각자의 일터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우리 사회의 기반을 만든 분들”이라면서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수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은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더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공동취재단]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면서 “일터가 곧 삶터가 되도록, 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안전으로 이어지도록, 생명존중을 위한 제도를 더욱 굳건히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일터가 곧 삶터가 되도록, 노동자의 땀가 눈물이 안전으로 이어지도록, 생명존중의 제도를 더욱 굳건히 세우겠다”고 다짐했다.[공동취재단]

추모사 이후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천도재가 진행됐다. 천도재는 희생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상단축원과 천도법문, 안전하고 차별없는 일터를 위한 발원문, 416합창단의 추모 노래, 소전 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유가족 발원문은 2024년 전북 김제 특장차 공장에서 산재 사고로 생을 마감한 고 강태완 씨의 어머니 엥크자르칼 씨가 낭독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가 산재없는 세상을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확실히 세워주길 바란다. 사업주들도 탐욕과 이윤의 불구덩이에서 벗어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산재, 사망, 폭발, 추락, 전복 사고가 반복되는 세상이 사라지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평화롭고 평온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발원했다.

고 강태완 씨의 어머니 엥크자르칼 씨는 “산재, 사망, 폭발, 단속, 추락, 전복 사고가 반복되는 세상이 사라지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평화롭고 평온한 세상에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발원했다.[공동취재단]

태안화력에서 산재 사고로 희생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전국에 계신 수십만 명의 산재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은 속절없이 당하고 아파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사회적 약자인 하청 노동자가 신체 보호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허가제와 살인 단속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태안화력에서 산재 사고로 희생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정부는 사회적 약자인 하청 노동자 정당한 신체 보호는 일하는 모두를 지키는 길이기에 함께 해결하고,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용허가제와 살인 단속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공동취재단]

마지막으로 스님들과 유가족들은 영가의 위패와 옷가지 등을 불로 태워 영혼을 보내며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소전의식을 행했다.

사홍서원으로 위령재를 마친 후 사회노동위원 스님들과 유가족들은 영가의 위패와 옷가지 등을 불로 태워 영혼을 보내는 소전의식을 행했다.
사홍서원으로 위령재를 마친 후 사회노동위원 스님들과 유가족들은 영가의 위패와 옷가지 등을 불로 태워 영혼을 보내는 소전의식을 행했다.
조계사 마당 한편에는 산재 사망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의 벽이 설치됐다.

권정수 기자 kjs0915@beopbo.com
사진 = 공동취재단
[1802호 / 2025년 11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