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재가불자의 공덕, 종단이 기록해야

종회의원 선광 스님 제안 종단 차원 기록·예우 부족 승가·재가가 상호 존중하는 건강한 사부대중 실현 계기

2025-11-20     남수연 기자

조계종 중앙종회 제236회 정기회의 마지막 날인 11월 19일, 동화사 주지로 선출돼 사실상 마지막 종회에 참석하게 된 선광 스님이 종책질의에 나섰다. 스님은 “불교 발전에 공헌하고도 사후에 마땅한 예우를 받지 못하는 재가불자가 적지 않다”며 재가불자 추모 제도화를 제안했다. 종단 발전에 기여한 재가자의 생전 활동과 공적을 알리고, 왕생 후에는 추모법회를 통해 신앙공동체의 일원으로 기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재가자 공헌록 도입, 주요 시상 확대, 장례와 추모 지원 등을 제시한 선광 스님은 “그동안 스님 중심의 예우 체계만 존재해 종단의 추모 의례가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며 불교 발전에 공헌한 재가자들의 업적이 종단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되고 기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제안은 사실상 승가 중심으로 운영된 종단 구조를 사부대중의 평등한 신앙공동체로 재편해야 한다는 근본적 지적이며, 한국불교가 추구해야 할 공동체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불교의 사부대중은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함께 불법을 수호하고 전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부처님 당시부터 재가신도들은 승가를 외호하고 불법을 실천하는 중요한 구성원이었다. 기원정사를 보시한 수닷타 장자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현실에는 승가 중심의 예우 체계가 중심을 이룬다. 스님들의 입적과 추모는 종단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재가불자들의 공헌은 개별 사찰이나 가족 차원에서만 기억될 뿐 종단 공식 기록으로 남지 못했다. 이러한 지적에 총무부장 성웅 스님은 “깊이 공감한다”며 적극적인 검토 의사를 밝혔다. 대상자 선정 기준, 관련 부서 협력, 예산 마련, 종법 정비 등의 과제와 함께 교구본사 및 중앙신도회와 논의하겠다는 총무부장의 답변은 승가와 재가의 균형 잡힌 공동체를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불교의 든든한 기반이 된 재가불자의 공덕을 기억하고 찬탄하는 일은 건강한 신앙공동체의 토대가 된다. 사진은 천억 원대의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보시하여 길상사로 탄생시킨 길상화 김영한 보살의 공덕비.

한국불교사를 돌아보면 재가불자들의 헌신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덕산 이한상 거사는 대한불교청년회 출범을 주도하고 삼보장학회를 설립해 불교 교육과 포교에 기여했다. ‘현대 한국불교의 수닷타 장자’로 불리는 그는 평생 불교 발전을 위해 헌신했지만, 종단 차원의 공식 기록이나 추모 체계는 부재했다. 길상화 김영한 보살 역시 천억 원대의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보시하여 길상사로 탄생시켰다. 법련화 김부전 보살과 명원 김미희 보살 또한 송광사를 비롯한 대규모 중창 불사에 화주로 참여하며 종단의 물적 토대를 구축했다.

이들의 활동은 사찰 건립에만 그치지 않았다. 불교학 연구 지원, 포교 영역 확장, 사회복지 실현, 불교문화 진흥 등 전방위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헌이 종단 공식 기록으로 체계화되지 못한 채, 개인의 기억이나 일부 문헌에만 산발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가불자 추모 제도화는 이러한 역사적 공헌을 종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후대에 전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가족과 후손들에게 신앙의 가치를 전승하고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남수연 기자 

종단이 재가불자의 공덕을 공식적으로 기억하고 예우할 때, 오늘날 불자들이 종단에 대한 신뢰와 소속감을 갖게 된다. 이는 어려운 시기에도 종단을 외호하는 든든한 힘이 되며, 승가와 재가가 상호신뢰하는 건강한 신앙공동체의 토대가 된다. 승가와 재가가 상호 존중하며 함께 불법을 수호하는 공동체, 그것이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본래의 모습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802호 / 2025년 11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