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경 서울 동부외국인주민센터장

“외국인주민은 시혜 대상 아닌 함께 사는 이웃” 보편적 복지와 자비사상은 일맥상통 “법보신문이 불교 알리는 창구 되길”

2025-11-21     이창윤 전문위원
안진경 센터장은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세계관을 다문화사회에서 겪는 갈등의 해법으로 꼽았다.

“외국인 주민을 ‘도와줘야 할 불쌍한 사람’으로 보는 시혜적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도움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역할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습니다.”

안진경 서울 동부외국인주민센터장은 외국인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동정’에서 ‘동등한 존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정된 실체는 없으며 인연에 따라 변화할 뿐이라는 ‘무아(無我)’의 가르침처럼, 외국인 주민 또한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잠재력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센터장은 현재 서울시 산하 외국인주민센터를 이끌고 있다. 외국인주민센터는 3개월 이상 장기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다. 법률 상담부터 의료 지원까지, 생활 전반의 질을 높이는 것이 센터의 주된 역할이다.

그는 현장에서 실천해 온 복지 이념이 불교의 자비 사상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사회복지가 취약계층을 돕는 선별적 복지였다면, 지금은 모두를 위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 “자비는 모든 중생을 향합니다. 괴로움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주는 마음은 보편적 복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다문화사회에서 겪는 갈등의 해법에 관해 그는 ‘인드라망’을 언급했다. 사회복지의 ‘생태체계 이론’은 한 사람이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세상 모든 존재가 그물코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인드라망 세계관과 놀랍도록 닮았다는 설명이다. 

“나 하나가 변하면 전체가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입니다. 외국인 주민을 혐오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소중한 존재로 인식할 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습니다.”

안 센터장은 최근 지자체 최초로 ‘국제 관용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그는 이주한 외국인을 구분하고 선 긋는 것을 경계하며 ‘관용(Tolerance)’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관용’은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불교 용어는 아니지만,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는 불교 사상과 깊이 맞닿습니다.”

안 센터장은 법보신문과의 인연을 ‘시절 인연’이라 생각한다. 그는 모든 만남에는 뜻이 있고,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길 때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간다고 생각한다. 이번 법보시 캠페인 동참 역시 또 다른 나눔의 씨앗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정했다.

안 센터장은 법보신문이 외국인에게 불교문화를 알리는 창구가 되길 기대했다. 다만 텍스트 위주의 구성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튜브 쇼츠나 애니메이션처럼 접근하기 쉬운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템플스테이와 연계해 자연스럽게 불교문화를 접하도록 돕는다면 포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안진경 센터장은 법보신문을 출입국·외국인청의 외국인보호소에 전달해 주기를 희망했다. 이곳은 체류 자격 문제 등으로 본국 송환을 앞둔 미등록 이주민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곳이다.

“그곳에 계신 분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담긴 법보신문이 그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창윤 전문위원 nolbune@beopbo.com

[1802호 / 2025년 11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