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묵 스님의 풍경 소리]

한결같은 삶은 자기만 고집하는 삶 아닌
자신 내려놓고 진실을 믿는 울림있는 삶

2010-03-30     법보신문

출가 수행자라 하지만 곡절 많은 세상을 품고 살아가면서 수행자로서의 향기를 잃지 않고 한결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견 그리 사는 것이 참으로 당연한 일인데 무슨 쉽고 어려움을 따져 말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당연한 일이 현실에서는 쉽지만은 않기에 살아갈수록 그런 삶을 살아내시는 분들이 더욱 존경스럽다. 그런데 그 쉽지 않은 모습을 일전에 입적하신 법정 큰스님께서 보여주셨다.

송광사에 방부를 들였을 때 아쉽게도 스님은 한 달 여전에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셨다. 연세가 많아질수록 외로움 때문에라도 대부분 대중처소에 들어와 노년을 회향하는 법인데 스님은 반대로 글에서의 말씀처럼 외로움을 벗하러 오두막살이를 택하셨다.

처음 불일암에 올라갔을 적 다가온 느낌은 스님의 글에서 느껴진 그대로였다. 단출하고 정갈하며 어느 한 구석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차곡차곡 쌓여진 장작더미는 그저 나무를 재어 놓은 것이 아닌 올곧은 법문이었다. 그 후 몇 번 불일암에 오셨을 때 강원 도반끼리 찾아뵈었는데 늘 그 모습이셨다. 스님을 뵈면서 대중들 모두 속히 늘 가까이 모실 수 있기를 희망했고 몇 해 지나면 큰 절로 다시 돌아오시겠지 하였지만 노구로 불편한 산골 오두막에서 삶을 회향하셨다. 당신 말씀처럼 맑고 향기나는 모습이셨다.

우리도 이런 삶 살기를 소망하면서도 스님처럼 올곧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삶을 채워가기가 힘든 이유 중에 하나가 타인의 말에 요동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불교에서 우리 삶을 뒤흔드는 8가지 번뇌를 팔풍(八風)이라고 하는데 그 중 훼손(毁), 명예(譽), 칭찬(稱), 비난(譏)이 말과 관련이 깊다. 보통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휘둘리거나 상처받고 우쭐해서 일을 포기하거나 그르치기 일쑤다. 그러므로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살핌과 정진 그리고 나라는 마음과 내 것이라는 마음을 비워내지 않고는 이 번뇌를 이겨내기가 힘들다.

그런데 대부분은 자기 수행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하지 않고 상대하지 않는 것을 능사로 삼으려 한다. 특히 자신에게 반하는 사람에겐 원망을 일으키고 멀리하려 한다. 개인이 이래서도 안 되지만 공적인 자리에 있는 분들은 자기를 정화하고 일깨우고 바로잡는 말이라 여기고 차별없이 아껴야 한다. 부처님에게조차 제바달다 같은 제자가 있었고 예수님에게도 가롯 유다 같은 제자가 있었는데 우리 같은 죄 많은 삶에서 자신을 반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은 커다란 교만이라 여겨진다.

더욱이 그 사람이 자기 개인을 위해서나 상대를 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비난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염려에서 생각을 달리하기에 내는 말이라면 포용하고 감내해야 한다고 보는데 그것이 힘든 것 같다. 무지개가 한 가지 색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아름다운 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생은 어차피 근기와 바램과 성품이 제각각임을 인식하고 자기의 뜻과 색으로만 채우려 무리수를 두는 어리석은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처님은 교단을 배반했을 뿐더러 심지어 몇 차례에 걸쳐 해치려고까지 한 제바달다와 부처님을 비난하며 떠났던 오백제자에게 조차도 미래세에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내리셨다. 우리네 삶이야 성인의 발치에도 못 미치겠지만 흉내라도 내려 노력해 보았으면 한다.

한결같은 삶을 산다는 것. 그것은 자기만을 고집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을 내려놓고 내 것에 대한 비움과 모든 존재에 대한 존중과 겸허함 그리고 진실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통해 울림이 있는 삶이라 할 것이다.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