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새 주지 체제 착수…화합이 관건

2016-03-03     주영미 기자

방장 지유 스님, 임회서 지명
“화합 위해 노력하라” 당부
수불 스님 관련 사업들 우려
“불교발전 위한 협력” 여론

▲ 금정총림 범어사는 2월23일 열린 임회에서 방장 지유 스님의 지명에 따라 경선 스님을 차기 주지후보로 추대했다.
금정총림 범어사 차기 주지후보에 범어사박물관장 경선 스님이 추천되면서 총림화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금정총림 방장 지유 스님은 2월23일 오후 금정총림 임회를 열어 차기 주지후보에 현 범어사박물관장 경선 스님을 추천했다. 이에 따라 범어사는 임회 결과를 총무원에 보고하고 임명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주지 추천 직후 경선 스님은 “대중의 뜻으로 오래전부터 주위에서 권유가 있었다”며 “대중화합을 이끌어 총림의 위상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르면 총림 주지는 방장스님이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경선 스님이 차기 주지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회 이전 범어사 안팎에서는 현 주지 수불 스님의 재임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수불 스님 역시 최근 한 지역 행사에서 재임과 관련해 신상발언을 하는 등 사실상 재임을 낙관했다. 수불 스님은 임회에서 경선 스님이 추천된 후 “임회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방장 지유 스님이 경선 스님을 차기 주지후보로 추천한 배경에는 ‘총림화합’이라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지유 스님은 임회 인사말에서 “총림은 화합이 우선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족했다”면서 주지 교체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 스님 역시 임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무엇보다 총림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이번 주지 교체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금정총림 한 임회의원은 “수불 스님이 추진력은 상당했지만 스님들 사이에서 금정총림을 구성하는 각 문중 스님들의 뜻을 조율하고 반영하는 활동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특히 창원 성주사 주지 교체 사건을 언급하며 “문중별로 수말사를 나눠 운영해온 범어사의 전통을 깨뜨리고 결과적으로 총림의 화합을 저해한 주요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교구 내부에서 발생한 각종 갈등을 해결하는 교구장의 역할이 미흡했던 점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동안 수불 스님의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은 가장 큰 장점으로 일컬어져왔다. 범어사 내에서는 ‘3초 스님’으로 통할 정도로 직관적으로 결정하고, 일단 결정했으면 곧바로 추진한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은 동시에 단점으로도 지적됐다. 다른 이들의 견해가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또 다른 임회의원 역시 “사중의 일들을 어른들과 논의 없이 진행해왔다는 점에 많은 분들이 불편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가운데 범어사 주지 교체와 관련해 부산 불교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부산불교연합회, 부산불교연합신도회, 조계종부산연합회 등은 수불 스님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온 사업들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이다. 부산불교방송 신사옥 건립과 범어사 선센터 건립 등 대규모 불사와 관련한 부산 불교계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부산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경선 스님과 수불 스님이 총림화합을 위해 협력한다면 부산불교는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불교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두 분이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경선 스님은 법윤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67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9년 해인사에서 일타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현재 조계종 법규위원과 마산 의림사 주지, 범어사박물관장, 범어사 사자암 감원 등을 맡고 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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