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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사 성철 스님은 역설의 화신”

  • 교학
  • 입력 2011.09.23 10:55
  • 수정 2018.05.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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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동국대 교수 주장
언어․삶․열반송까지 역설

 

▲성철 스님

 

 

성철 스님은 ‘역설의 화신’으로 평소 언어도 역설이었고 삶도 역설이었으며 심지어 마지막 남긴 열반송까지도 철저히 역설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성철 동국대(경주캠) 교수는 백련불교재단이 9월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학술포럼에서 “화두와 역설은 세상의 끝에서 만나는 지극한 통찰”이라며 “성철 스님의 몸과 생각과 인생 모두에 ‘역설’이 깊이 배어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성철 스님은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철저한 수행자의 삶을 살았던 수행자로 언어와 문자의 극한과 마주했다. 그 결과 간화선이 이분법에서 벗어난 중도의 자리에서 비롯됐듯 성철 스님의 말과 행동도 흑백논리를 뛰어넘어 대단히 역설적이다. 종정 취임 직후 “한 말씀 해달라”는 방송사 기자의 부탁에 “한 말씀이라…. 내 말에 속지 마라, 그 말이여!”라는 대답도 전형적인 역설적 표현이다. 이는 용수가 ‘중론’에서 생각의 한계를 지적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또한 이는 흑과 백의 양극단을 비판하는 ‘중도’와 다르지 않으며, 참선 수행자가 ‘무(無)’자 화두를 참구할 때 그 ‘무’자에 대해 유나 무라는 생각을 넣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역설이 성철 스님의 언어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일생의 대부분을 은둔수행자로 살았던 성철 스님은 종정 취임 이후 우리 사회의 구체적 현실에 대해 단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친견하기 위해선 3천배를 해야 한다는 높은 장벽을 세웠다. 그럼에도 1993년 입적 후 다비식장에는 문상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여론조사에서도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뽑힐 정도로 삶 자체가 역설적이었다.

특히 철두철미한 간화선사로서의 성철 스님 면모는 마지막 열반송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평생 남녀의 무리를 속였으니/ 하늘을 넘치는 죄업이 수미산을 넘는구나/…’라는 열반송은 개신교 전도사조차 암기하고 다닐 정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김 교수는 여기에도 역설의 힘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인지(認知)의 역설’과 ‘감성의 역설’ 구조로 이뤄져 있는 열반송은 말 그대로 “평생 남녀의 무리를 속였다”면 그 글을 쓰는 순간도 남녀의 무리를 속이고 있어야 하기에 속이지 않은 것이 돼야 하고, 속이지 않은 것이라면 ‘속였다’고 쓴 것이 진실이기에 속인 것이 돼야 한다. 흑백논리를 뛰어넘는 역설적 구조로서 간화선사 성철 스님은 죽음의 순간에도 선의 정신을 오롯이 투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철 스님의 열반송에는 무언가 깊은 뜻이 있을 것 같고[大信根], 그 뜻이 참으로 궁금해서[大疑團], 기필코 알아내고야 말겠다[大憤志]는 마음을 들게 하는 화두의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으로, 성철 스님은 열반하면서까지 전 국민의 가슴에 대못처럼 내리박은 ‘화두’가 바로 열반송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성철 스님에게 화두는 오매일여의 관문을 넘어 ‘삶과 죽음’조차 관통했다”며 “스님은 가셨지만 스님이 남긴 열반송은 활구가 되어 아직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훨훨 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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