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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은 맞춤복, 불교수행은 기성복”

  • 교학
  • 입력 2012.09.18 21:11
  • 수정 2018.05.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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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무의식’ 세미나
불교와심리연구원 주관
무의식의 다각적 검토
명상 한계 지적도 나와

 

▲불교와심리연구원이 9월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심포지엄.

 

 

깊은 명상에 들면 일상의 의식 너머 무의식의 세계와 만나게 된다. 그 세계는 유식불교에서 말하는 아뢰야식과 비슷한 것일까. 또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불교수행과 정신분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불교와심리연구원(원장 윤희조)이 9월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은 불교를 비롯한 자아초월심리학, 분석심리학적, 요가 관점에서 무의식을 집중적으로 다룬 자리였다.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는 불교의 ‘구사론’을 토대로 무의식과 명상의 문제를 고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아뢰야식과 무의식은 공통점이 적지 않다. 무의식이 잠재의식이듯 아뢰야식은 심층심리와 관계되며, 무의식 내의 콤플렉스가 부단히 바뀌듯 아뢰야식의 업종자 역시 전변하면서 존재한다. 또 깨어있든 잠들었든 의식의 저변에서 항상 작용하고, 의식과 행동이 무의식과 아뢰야식에 이식된다는 점도 유사하다.

그러나 차이점도 크다. 아뢰야식은 삼생의 윤회상속과 관련되지만 정신분석에선 심리적 문제에만 집중한다. 아뢰야식은 업력의 소장처인 반면에 무의식은 의식화되지 않은 심리다. 또 유식학에서는 아뢰야식의 업종자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지 않지만 융은 콤플렉스가 긍정적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불교와 정신분석의 차이점은 마음의 문제를 치료하는 방식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부처님께서는 아들을 잃고 괴로워하는 고따미 여인을 마을로 보내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무상의 진리를 체득하게 한다. 여인의 마음을 캐물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세상의 참 모습에 대해 있는 그대로 자각하게 함으로써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반면 정신분석에선 무의식을 찾아내어 끊어진 의식의 고리를 이어주고자 한다. “당신은 못생겼기 때문에 열등감 속에서 지냈다. 결혼 후에도 남편에게 학대를 받다가 아들을 낳자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아들이 죽자 다시 옛날처럼 조롱 받는 게 두려워 아들이 죽지 않은 것처럼 등에 업고서 약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런 행동을 중지하기 바란다.” 이런 식이다.

그렇지만 김 교수는 이렇게 해서 내담자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근본적인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불교 수행론에선 사성제 명상을 통해 번뇌를 제거할 때 심리적 문제가 해결됨은 물론이고 성인의 지위까지 오를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정신분석은 맞춤복을 지향한 반면 ‘구사론’의 수행론은 기성복을 지향한다”며 “옷의 경우는 맞춤복을 입는 것이 좋지만 심리적 고통을 해결하고자 할 때는 마치 기성복에 몸을 맞추듯이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 세상의 참 모습’, 즉 고집멸도의 사성제에 나의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명상의 기능과 한계에 대해 발표한 조옥경 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의 논문도 큰 관심을 모았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아초월심리학의 대가인 켄 윌버의 의식발달론적 관점에서 명상을 재조명한 조 교수는 명상이 많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분명히 지니고 있음을 지적했다. 즉 자아의 독립을 준비하는 전개인(prepersonal stage)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으며, 분열과 해리장애를 정당화하거나 당연시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명상으로 인해 유도되는 일시적인 상태를 구조적 발달로 오인할 수 있음도 함께 지적했다. 조 교수는 “명상의 한계를 고려해 명상과 심리치료를 상호 보완하면서 적절히 이용한다면 의식의 정상적 발달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윌버의 제언은 명상이 대중화되어가는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선 ‘요가명상에서 심층의식의 기능과 역할’(문을식 서울불교대학원대 연구교수) ‘적극적 명상에 관하여’(이유경 분석심리학연구소장) 등 논문도 발표된다.

윤희조 불교와심리연구원장은 “우리 연구원은 불교의 현대적 응용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학술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불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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