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내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리 말하지만 여기서 '그것'이라고 내가 말하는 것은 최근에 있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그것'이라고 하는 것은 중국 사람들이 타이치라고 부른 태극권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이 태극권을 처음 TV에서 본 것은 70년대 초이다.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은 키신저 국무장관으로 하여금 비밀리에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있었으며, 드디어 핑퐁 외교의 결과로 양국간에 국교가 재개되었다. 미국 TV들은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는 북경 시민들이 아침에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것을 내가 보고 느낀 신선한 충격은 지금까지도 나를 떠나지 않고 있다. 그 순간 나는 중국사람들이 자기나라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부르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이하 종단협)의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까지 다가온 듯 하다. 소쩍새 마을을 운영해왔던 '일력'이라는 사람의 승적이 종단협소속의 한 종단으로부터 발급됐었다는 보도내용의 진위를 가리지 않더라도 종단협이 개혁돼야 한다는 데 이론을 달 사람은 거의 없다. 소속 종단이 29개에 이를 정도로 양적 급성장을 거듭했지만 종단협이 나아졌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종단협소속 종단들 조차 '종단협은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중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눈총의 대상이 되어버린 종단협의 설립목적은 대단하다. 종단간 유대를 증진하고 불교계 현안을 함께 협의, 추진함으로써 불교중흥.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에 기여한다는 것이 설립 이유다. 목적대로라면 한국불교를 위해 더
4대 지방선거의 개표가 끝난 다음날 우리동네 포교원 입구에는 두개의 당선 축하 화환이 내걸렸다. 하나는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조순후보를 축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은평구청장에 당선된 민주당의 이배영후보를 위한 것이었다. 생각컨대 이것은 포교원의 주지스님이 이 지역과 관련있고 또 불교와도 관련이 있는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자는 뜻으로 내건 화환이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신도들의 심경에는 여러가지 생각을 불러 일으켰을 것 같다. 우선 신도들 가운데는 이 화환이 왜 포교원에 걸리는 것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교원은 부처님을 모시고 불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그리고 그곳은 순수히 종교적 목적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곳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찰
얼마전, 일본에서 옴진리교의 독가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명의 '옴'이라고 하는 인도말 때문에 이 교파가 불교와 관련이 있는가 해서 일반은 불교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고 불교계는 긴장을 하였으나 곧 이 교파가 신흥종교 단체로서 불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교이자, 사교임이 밝혀져 안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일반은 종교의 탈을 쓰고 불특정 다중을 상대로 자행한 무차별적인 인명의 살상을 보면서 현대문명사회에서 어떻게 그와 같은 악의 집단이 버젓이 존재할 수 있는지 전율을 금치 못하였으며 우리나라라고 해서 그러한 사교집단의 테러로 부터 결코 예외일 수 없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오대양사건을 비롯하여 세모와 영생교사건 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
불교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다. 불교인들이 하나의 불교가 아니라 나름대로 해석한 여러 불교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불교 100년사에서는 한용운(만해:1879-1944)의 불교와 이성철(1912-1993)의 불교가 크게 대조되는 유형이다. 만해는 절속을 선언한 산승을 염세 독선 주의로 비판하며 보살행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했고 민중불교를 제창했다. 칼과 황금을 앞세운 일제를 악마로 규정하고 저항하며, 민족에 대한 의무의 행위를 불교적인 것으로 애해했다. 선사보다도 유가적 영웅을 더욱 찬양하고 불교유신을 주창했다. 만해는 구세의 충동으로 깨달음의 순수와 경지보다는 중생구제를 중시하고, 중생구제라는 제불보살의 서원을 민족의 정치적 영사적 운명에 연결할 줄 알았다. 만해불교는
"뭐 좇도, 씨팔? 이 자식이 어디 와서 까부는 거야." "자, 자, 이러다 괜히 싸움나겠소. 인수 형도 인제 그만 일어나시오." 허백수가 잽싸게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도 거칠게 허백수의 손을 뿌리쳤다. "놓아 임마, 이거." 허백수가 이지섭을 대신해서 두 눈을 부릅떴다. "왜 이래요?" 허백수에게 떠밀려 밖에 나오니 그때까지도 문제숙이 가지 않고 어둠속에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이 이마에 을씨년스럽게 선득거렸다. 비틀거리는 나를 보고 문제숙이 말했다. "장 선생님이 너무 안되어 보여요. 안되겠어요. 어디 여관으로라도 가든지 해야지..." "집으로 가야지." 저만큼 어둠 속에 이따금 불빛들이 흐릿하게 떠다니고 있는게 보였다. 자동차 불빛이었
최근 스님들의 도박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어 큰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이것은 일부 스님들의 문제이겠지만 불교내부에 축적된 모순의 일부가 터져나왔다는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 불교의 근본적 개혁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정보화시대는 지식중심의 사회이다. 한국불교가 정보화시대에 요구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과 한국불교는 어떤 지적자본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사회를 위해서 잘 활용하고 있는가 하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한다. 기본적으로 어느 조직이나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려면 하나의 유기체로서 끊임없는 혁신이 요구되는데 혁신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조직이 가야할 방향 즉, 한국불교의 비전은 무엇이고 그것을 달성하기위해서 어떤 활동을 해
최근 문화 관광부의 주선으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종교인의 대화모임이 교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참석한 면면이 불교를 비롯해 개신교와 가톨릭 그리고 민족종교를 대표한 성직자들이기 때문에 무언가심각한 논의가 있었음직 하다는 관측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번 모임이 이루어진 것은 전반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종교 갈등을 해소하려는 종교인의 노력으로 볼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지난 6월말 발생한 제주도 원명선원의 7백 60좌 불상의 훼손이 더 이상 재연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계기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제주 원명선원 사건이 물론 훼불사건의 단초도 아니고 대표적인 사례도 아니지만, 그리고 실제 최근 몇년 사이 전국의 사찰을 대상으로 한 사찰방화와 불상 등 성물 파괴가 여
문화체육부가 94년말 펴낸 청소년 백서에 의하면 2천년대에는 우리나라의 전체인구가 4천6백만명이 되고 그중 청소년(9-24세)는 1천1백만명이 된다고 한다. 불교계는 2천년대에 4명중 1명꼴로 차지하게 될 청소년을 불교인으로 만들 수 있을까? 현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우선 포교전략을 체계화시켜 청소년을 교육시킬 교재가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어린이를 제외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재가 없다. 기독교는 《생활환경공부》(도서출판 말씀과 만남) 《천방지축 중학생을 휘어잡는 법》(도서출판 할렐루야서원) 《초등부 교사핸드북》(파이디선교회편)등 수십종의 청소년 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있다. 이 책들은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는 이성문제 친구문제 결혼문제 등으로 청소년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지난 달 우리 교계는 물론 세인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사건을 접했다. 일부 스님들의 억대 도박사건은 그 시기가 마침 우리 사회에 극심한 경제난과 수해가 겹치고 있던 때여서 승속을 막론하고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서는 이번 일이 어제 오늘 비롯된 일이 아니며 관련 승려만도 엄청난 숫자가 연루돼 있는 조직적 범죄로서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들을 이미 확보했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가불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검찰의 입장을 뒷받침해 줄만한 여러 부정적인 말들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번 도박사건으로 실추된 승가의 명예를 회복하고 새로운 승단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하는 듯하다. 철저한 지계를 생활
지난 6월 3일 5일간 미국의 하와이 대학교에서는 '불교와 평화구현의 이론과 실천'이라는 주제의 국제불교학술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나는 '안심입명과 사회정의의 관계'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그런데 경희대학교의 허우성 교수가 발표한 논문도 비슷한 문제를 다루어서 주목을 끌었다. 내논문은 안심입명과 사회정의가 두개의 다른 문제일 수 없지만 그 시작이나 과정에서 각기 추구하는 모습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하므로 양자가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하여 허교수의 주장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모두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양자를 조화시킨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차이를 문제삼은 사람들은 현재 화와이 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 유학생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대형백화점이 무너졌다. 지난 6월 29일 하오 5시 50분, 삼풍백화점 지상5층건물을 지하4층이 순식간에 삼켜버린 이 참사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1천3백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어찌하여 이런 대형 참사가 또 일어났는가.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아현동도시가스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그 뿐인가. 불과 2개월 전에 일어난 대구가스 폭발사고는 아직도 그 매연의 냄새도 가시기 전인데 또 이런 안전사고가 일어났다. 이제는 다 무너져 내릴 억장도 없고 어안이 벙벙하고 가슴은 미어질 뿐이다. 이제 이 나라 안의 어디고 안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정부나 행정당국은 그 숱한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다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단히 조치하겠다고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판소리 명창 박동진 옹이 모제약 업체의 방송 광고에 출연하여 광고 마지막 부분에서 던지는 일갈이다. '하나의 큰 박물관'이라는 별칭을 들지 않더라도 전국에 널린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반만년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는 이 땅에서 우리는 언뜻 유형의 문화유산을 '우리것'으로 떠올린다. 그래서 경부고속전철의 경주 통과나 경주 경마장 건설, 부여의 공설운동장 건립등 유형문화유산의 파괴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우리는 '문화민족'의 자긍심을 내세우며 유형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 속에 유형의 문화유산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유형의 문화유산이 이루어지기까지 사
부처님은 사라쌍수 아래 누우신채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셨다. “여러 비구들아, 내가 열반에 든뒤에는 계율 존중하기를 어둠속에서 빛을 만난듯이, 가난한 사람이 보물을 얻은듯이 해야한다. 계율은너희들의 큰스승이요, 내가 세상에 더 살아있더라도 이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마지막 열반에 드시면서까지 이토록 계율 지키기를 간절히 당부하셨다. 그리고 또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을 통하여 이렇게말씀하셨다. “계율을 지키지 않고 절제하지 않은채 남의 시물(施物)을 받아쓰기보다는 차라리 불에 탄 쇳덩어리를 삼키라.” 이렇게까지 간절히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한 계율을 지키지 않는 자들은 결코 부처님의진정한 제자라고 할 수 없다. 부처님의 마지막 당부까지도 거역하고,부처님의 이르신 계율
지난 6월 27일 실시된 지방자치선거 결과를 적지 않은 국민들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의 결과는 그런 예감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정말 어리둥절할 정도로. 마침 어느 공동연구의 과제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위한 모임에서 있었던 개표결과에 대한 이야기 일부를 적당한 분량으로 재구성해 본다. 가: ㅇ당이 참패했어요. 이토록 국민이 등을 돌릴 줄은 몰랐어요.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너무 참패했어요. 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지나친 독선과 자만의 응보라고 할 밖에. 다: ㅈ과 ㄷ의 선도에 듸한 지역감정이 이렇게 만든것 아니겠습니까. 지역감정이라는 고질적인 망국병이 재연되었어요. 국가의 장래를 위해 참큰일입니다. 라: 물론 그런 점
한국불교의 흐름을 보면 신라 초기 이차돈 성사의 순교로 불교가 국교로 받아 들여진 고대에서부터 다종교시대로 바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불교가 흥할 때 국가도 흥했고 불교가 쇠할 때 국가 역시 어려웠음을 읽을 수 있다. 지금 국가적으로는 지난해 말 돌발적인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초래한 경제위기로 국민생활권이 참담하게 무너지고 청중장년을 망라한 실직자들이 하루 아침에 낭객으로 떼밀려 거리를 메우고 있는데 덮친격으로 올 여름 자연재해로 인한 수재민까지 대량 발생하여 사회 곳곳에서 기본 생존권마저 위태로운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교계 안팎의 모습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점점 더 노골적이고 극악해져가고 있는 타종교 광신자들의 후안무치한 훼불사건과 이에 맞장구라도 치듯 때맞춰 교계내부의 대규모
가톨릭은 20일 열린 명동성당 3차 시국기도회에서 일단 더 이상의 집단행동을 하지않기로 했다. 명동성당과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한통노조 간부들을 경찰이 강제 연행한데 대한 정부의 해명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선거와 남북문제등 시급한 국가적 현안을 눈앞에 두고 국민적 화해와 일치를 위해 차후 행동을 유보하고 시국기도회를 일단 마치기로 했다"는 것이다. 가톨릭의 이같은 결정은 매우 의미있어 보인다. 가톨릭으로서는 그간 명동성당이 교단 내외적으로 '민주화 투쟁의 역사적 명소'로 평가받아온 점을 감안해 앞으로도 그 명성을 계속 유지하려는 생각이 필여코 있었을 것이고, 이번 사태에서도 조계종에 비해 훨씬 강도 높게 '성역 유린'의 책임을 정부에 물었던 만큼 예상보다 쉽게 정부와의 명분 논
지난 6월 22일, 조계종 중앙종회는 총무원이 제출한 사면.복권동의안을 참석의원 66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종정스님의 재가를 얻어야 하는 절차를 남겨 두고는 있으나 종단화합의 차원에서 금년도 상반기에 사면.복권을 단행하겠다고 약속한 총무원장의 공약은 지켜졌고 이를 계기로 종단의 발전이 가속화 될것이 기대된다. 보도에 따르면 종단개혁기간중에 징계된 69명과 그 이전에 징계된 14명을 합한 83명 중에서 징계기간이 지났거나 문서견책을 받아 사실상 징계사유가 소멸된 이를 제외한 46명이 이번 사면.복권의 심사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①종헌.종법상 멸빈된 자와 ②그동안 결혼으로 호적상 변동이 있는 자는 심사대상에서 제외하고 ③사회법상 파렴치범과 ④종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우리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신문, TV, 라디오, 잡지등 대중매체를 통해서 얻는다. 이는 대중 전달매체가 어느덧 우리 생활속 깊숙이 파고 들어와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아가 사회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교계의 한 방송 관계자는 얼마전 발표한 특수방송 관련 논문('한국 특수방송에 대한 청취자들의 의식과 태도에 관한 실증적 연구'-불교방송을 중심으로)을 통해 '종교방송은 특수방송으로서 일반방송과 달리 그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과거 포교의 방법이 사람들간의 관계와 만남에 의해 이루어진 반면 현대의 사회적 특성과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로 인해 이제는 매스미디어의 이용과 도움없이는 포교도 매우 어렵게 됐다'고 밝히
중학교와 국민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두고 있는 한 불자는 남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요즘 아이들로서는 보기 드믄 큰 아이의 착한 심성때문이었다. 마음이 여리고 영악하지가 못한 그 아이는 집에서는 종종 동생의 잘못을 자기가 대신 짊어지는가 하면 학교에서는 남들이 싫어하는 청소 등 궂은 일을 자청해서 한단다. 그러느라고 늦게 귀가하기가 일쑤다. 또 친구들 사이에서는 곧잘 손해를 당하고도 별로 내색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가 장차 이 험한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부모는 그것이 걱정이었다. 그 불자는 지나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행복한 걱정이라고나 할까.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인성 또한 더욱 황폐해지고 있음을 사람들은 피부로 실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