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7일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설치 공사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이번 주민 투표는 통영시가 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이번 투표를 지켜보면서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관권투표를 불사하는 실태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지방세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를 강행하려고 했던 통영시가 이번 선거를 주관하는 것 자체로 이번 주민투표는 통영시민 전체의 의견으로 보기에 어렵다.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통영시의 담화문에는 사업에 대한 당위성으로 일관돼 있어 이미 주민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또 미륵산 환경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입장을 표명한 유인물은 이미 통영시가 대부분 회수, 폐기처분 해버려
촛불이 이리도 밝은 빛을 가지고 있을 줄 미처 알지 못했다. 광화문에서 촛불은 스스로를 태우며 저물어 가는 한 해를 환히 밝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광화문에 모인 3만 여명의 시민들은 미선이와 효순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저마다의 눈망울에 또 하나의 촛불을 밝히고, 미국의 오만함과 정부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책하면서 소리 없이 울부짖고 있었다. 서럽다. 설움이 기도를 막아 숨을 쉴 수가 없을 것 같다.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술취한 미군이 한국인을 폭행하는 등 미군에 의한 범죄는 끊임없이 반복됐다. 죄를 짓고도 당당한 이들, 치욕과 모멸감을 당하고도 뭐라 외치지 못하는 정부가 원망스럽지만 온 국민이 현실을 직시하고 하나되어 촛불로 미국에 대응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한국인이라는 것이
착오로 생긴 불기적용 고집땐 자칫 국제사회서 망신당할 수도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불교 신문기자들에겐 으레 고민거리가 하나 다가온다. 새해가 되었으니 신문의 1면의 연도(年度) 표기를 지난해에 1년을 더 보태서 서기 2002년은 2003년으로, 불기 2546년은 2547년으로 바꿔줘야 하는데, 이 중 불기가 해마다 개운치 않은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그 원인을 굳이 파헤칠 의도는 없지만, 한국불교계는 세계 각국이 사용하고 있는 불기보다 한 해를 앞서가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의 모든(스리랑카 제외) 불교국가들이 올해(2003년)의 불기를 2546으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유독 한국불교계는 한 해가 빠른 2547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기를 제
계미년 새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양은 온순한 동물로 분류되어 왔으나 계미년 새해는 그리 순탄한 시절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개혁적인 성향의 노무현 대통령이 선출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물론 그 변화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의 창출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외적으로는 부시 미국대통령의 힘을 바탕으로 한 적대적 외교정책으로 전쟁의 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수행 후 북한을 다음 타격대상으로 삼고 있어 한반도 전체에 전쟁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가지고
대학의 가장 큰 기능이 교육과 연구라면 학부는 교육의 중심이고 대학원은 연구의 중심이다. 동국대대학원 불교학과가 지난 96년 대학원중심대학을 지향하면서 학부의 인원을 줄이고 대학원의 정원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대학원 불교학과가 학부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학원생들만 늘어나고 그에 따른 교수충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여법한 대학원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예비학자인 대학원 수업이 학부처럼 강의 형태로 이어지는가 하면 수준도 천차만별이어서 누구의 수준에 맞춰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고 한다. 불교학과는 동국대의 상징적인 학과일 뿐 아니라 한국불교학계를 책임지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오
'동국대 선학과 폐과위기' 문제에 대해 선학과 비상총회에서는 입학제도의 환원과 교과과정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부디 좋은 결론이 나와 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보도에 의하면 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교수들의 수업은 그 지적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잘 알려진 대로 선학과 교수는 전원이 스님이자 동국대출신자로 구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선학과는 스님으로서 동국대 출신자에 한하여 교수로 임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 문제가 선학과의 발전을 저해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재가교수와는 달리 스님교수는 사찰에서의 스님생활과 대학에서의 교수생활을 병행해야 하기에 자기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의 스님교수들이 연구실
불교계의 오랜 논쟁 주제이자 풀리지 않는 화두인 윤회와 무아를 둘러싼 논쟁이 불교권 바깥의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논쟁의 시작이 종립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의 철학과 교수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데 신선한 인상을 풍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불교 교리를 둘러싼 논쟁의 범주가 앞으로는 불교학계를 넘어 일반 철학계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기를 아울러 기대한다. 울산대 김진 교수와 이화여대 한자경 교수가 2년 넘어 벌이고 있는 이 논쟁에는 무아-윤회의 상호모순적 과제를 기독교적 논리의 하나인 칸트의 요청설을 빌어 해결하려는 김진 교수와 이를 단호하게 비판하는 한자경 교수의 반박과 재반박으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왠지 이런 교리논쟁이 불교계 학자들이 아닌 외부학자들이 주도하는 인상을
천태종이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부처님 품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불교호스피스 자원봉사단을 발족한다고 한다. 천태종의 전문 불교호스피스 자원봉사단 발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반길만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사회복지법인 설립 이후에 몇 개의 복지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것 외에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종단이 복지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특히 불교 종단이 지원하고 불자들을 전문인력으로 한 호스피스 활동은 임종을 앞둔 불자들 가운데 90%가 개신교나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있다(본지 660호 1·3면 참조)는 점을 고려할 때, 불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계
동국학원 이사회에서 병원관련 정관개정안이 또다시 통과되지 않았다는 소식은 속사정을 떠나 많은 불자들을 안타깝게 하기에 충분하다. 연내 개원이 불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동국학원이 추진하고 있는 불교병원 건립 불사는 불교계의 오랜 숙업사업으로 단순한 학교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불자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하고 있는 대작불사다. 이렇게 중차대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불교병원건립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허술함과 분열의 모습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단적인 것이 정관개정 문제다. 정관개정은 병원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으로, 이 일이 이뤄져야 그 규정에 따라 의료진과 직원을 뽑고 병원에 적합한 의료기기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병원공사와 함께 반드시 추진됐어야 할 정관개정을 준공식이
불기 2546년 임오년이 저물고 있다. 사람들은 대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사다난했다'는 말을 자주 쓴다. 올 한 해 동안 우리 불교계에도 '다사다난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일과 사건이 일어났다. 본지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뉴스'에서 보았듯이 남북 불교 지도자들이 세계불교도우의회(WFB)에 참석해 남북불교 교류사상 처음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공동 선언했는가 하면 불교 NGO를 대표하는 법륜 정토회 지도법사 스님이 올해의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사부대중이 하나 돼 북한산-천성산-금정산을 관통하는 도로의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거리에서 '삼보일배' 정진을 하고 환경대회를 봉행해 마침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로부터 대안노선을 채택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우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당선자에게 전 불교도와 함께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선거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내세웠던 각종 공약과 약속들을 잘 지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특히 우리 불교도들이 선거기간 동안 노무현 당선자에게 보냈던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잊지 말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우리는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우리 사회에 주는 여러 가지 교훈에 대해 언급할 필요성이 있음을 느낀다. 우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민족사 최초로 완전한 민주정권을 이룩해냈다는 점이다. 국민의 정부 또한 민주정권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민련이라는 세력과의 연합정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노무현 정권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민주정권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조계종이 장기적인 군포교 발전 방안의 하나로 비구니 스님의 군승 파견을 추진한다고 한다. 비구 스님들도 많은데 왜 비구니 스님을 군승으로 파견하는가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 나라 군대에 여군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시의 적절한 군포교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비구니 스님의 군승 파견을 추진하는 것은 군승요원의 확충이 어려운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국방부가 여군 비율을 장기적으로 2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바람직한 방안이다. 조계종 군불교위원회에서 추진하는 비구니 스님 군승파견은 포교원, 교육원, 총무원 등 종단내 유관 부처간에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의 어려움이 있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