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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시위 자타카-하

비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왕

▲ 영국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간다라 출토 시위 자타카 (Sivi Jātaka).

맹인에게 두 눈을 보시한다는 남방 팔리 자타카의 시위왕 이야기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벽화나 부조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힌두교의 서사시 마하바라타(Mahābhārata)에 나타난다. 특히 비둘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살을 잘라준다는 시위왕 이야기는 간다라, 돈황,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북방불교에서 시위 자타카는 시위왕의 보시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매에 쫓기던 비둘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시위왕
대승불교 보살행의 전형

끊임없는 보시행으로 인도 전역에서 유명해진 시위왕의 결심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불의 신인 아그니는 비둘기로 변장하고 제석천 인드라는 매로 변해서 시위왕을 찾는다. 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비둘기가 황급하게 시위왕의 품으로 날아가 생명을 의탁했고 시위왕은 “두려워하지 말라”며 비둘기를 보호해 주겠다고 선언한다. 비둘기를 쫓아 시위왕의 앞까지 온 매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시위왕에게 비둘기를 내어 놓으라고 요구한다. 왕이 “적을 피해 의탁한 불상한 생명을 내어줄 수 없다”고 하자, 매는 왕에게 “저는 비둘기를 사냥해서 먹고 삽니다. 저에게 비둘기를 내어놓지 않는다면 저는 굶어 죽을 것입니다. 어떻게 당신은 비둘기의 생명만이 소중하고 저의 생명은 소중하지 않다는 말입니까”라고 따진다.

대답이 궁해진 왕은 그렇다면 비둘기 대신 자신의 살을 잘라주겠다고 했고, 매는 정확하게 비둘기의 무게만큼 왕의 살을 잘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저울을 들고 와서 왕의 몸에서 잘라낸 살의 무게를 재기 시작했다. 그런데 왕의 다리와 엉덩이의 살을 잘라서 저울에 올려봤지만 작은 비둘기의 무게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위왕은 결국 자신의 몸 전체를 저울에 올려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위왕의 굳은 결심과 보시행을 확인한 아그니와 인드라는 비둘기와 매의 모습을 버리고 신의 모습으로 시위왕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은 시위왕의 위대한 결심과 보시행을 찬양하고 시위왕을 본래 상태로 만들어 준 후 천상세계로 되돌아갔다.

대영박물관의 시위 자타카 좌측에는 다리의 살이 잘려나가는 고통을 감내하며 다리 밑에 비둘기를 보호하는 시위왕의 애절한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리고 중앙에는 한 사람이 저울을 들고 왕의 몸에서 잘라낸 살의 무게를 재는 모습을 통해 시위 자타카를 표현한다.

불교가 발전해가고 대승불교가 흥하면서 시위왕의 보시는 점차적으로 보시의 완성이라는 보시바라밀과 연결된다. 시위왕은 보시행의 완성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어 놓겠다고 선언한다. 남방 팔리 자타카에서 시위왕은 자신의 두 눈을 브라만에게 주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깨달음의 눈, 전지자의 눈은 수백 수천 개의 인간의 눈보다도 더욱 소중하다. 브라만이여, 이것이 바로 내가 당신에게 두 눈을 주는 이유이다.” 즉 시위왕은 자신이 깨달음을 추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 먼저 보시행을 완성시키려 한다는 것을 각인 시키고 있다.

사실상 이러한 부분은 대승불교에서 6바라밀로 체계화 되었고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를 단계적으로 닦아 완성시켜 나가면서 최종적으로 일체지를 획득하는 보살도로써 설명된다. 즉 자타카는 인도에서 부파불교와 대승불교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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