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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알아차리는 명상 수행 통해[br]지금 여기서 행복해지는 삶 찾기

  • 출판
  • 입력 2017.10.23 14:40
  • 수정 2017.10.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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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는다는 것’ / 래리 로젠버그 지음·임희근 옮김 / 나무를 심는 사람들

▲ ‘잘 죽는다는 것’
이 세상 모든 사물은 생겨나서 머물다 변화하고, 결국 소멸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주변에서 항상 생과 사가 존재함에도 애써 지금의 나와는 무관한 남의 일로만 치부하려 한다.

이처럼 죽음을 외면하고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남방의 명상 스승 아잔 붓다다사는 “태어남, 늙어 감, 죽음이 고통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의 태어남’ ‘나의 늙어 감’ ‘나의 죽음’에 대한 집착이 없을 때는 어느 것도 고통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생로병사를 ‘내 것’으로 꽉 붙들고 있다. 만약 내가 붙들지 않는다면, 생로병사는 고통이 아니며 그저 몸의 변화일 뿐”이라며 나고 늙고 죽는 것을 몸의 변화로 받아들일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아잔 붓다다사를 비롯해 숭산 스님, 슌류 스즈키, 고엔까, 아잔 마하 부와, 크리슈나무르티 등 이 시대 기라성 같은 선지식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죽음의 가르침을 전하는 래리 로젠버그는 “우리는 삶과 죽음을 상반된 것으로, 삶은 지금 일어나는 것이고 죽음은 아주 기나긴 길의 끝에나 일어날 어떤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에는 어떤 무의식 속의 오만이 있다. 남들은 늙고 병이 들고 죽거나 이미 죽었겠지만, 나는 살아 있고 멀쩡하고 (상대적으로) 젊으며 그런 문제들은 언젠가 때가 되면 잘 대처할 것이라는 무의식적 오만함 말이다”라며 죽음이라는 말 자체를 회피하려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에 문제를 제기했다.

존 카밧진, 조셉 골드스타인 등 서양을 대표하는 1세대 현대 명상 스승 중 한 명인 래리 로젠버그가 이러한 문제제기와 함께 오랜 세월 ‘죽음 알아차림’ 수행에 천착해 얻은 지혜와 수행지도의 경험, 그리고 붓다의 ‘죽음에 관한 다섯 가지 성찰’을 바탕으로 늙어 감, 병듦, 죽음과 친밀해지는 것이 얼마나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는지 이 책 ‘잘 죽는다는 것’에 옮겼다.

저자는 지하철에서 처음 젊은 여성으로부터 자리를 양보 받았을 때의 감정 변화, 또 40대 제자가 아침에 일어나 등과 무릎 등 몸이 뻣뻣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늙고 병들어 구걸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건강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늙음과 질병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리게 됐다.

그리고 여기서 몸이 늙어가는 것을 경험할 때 마음이 어떻게 겁내고 피하려 하며 두려움을 느끼는지 자세히 보여준 저자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살피면 살필수록 우리가 정말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죽는다는 생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또한 두려움을 억누르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그렇게 억눌린 두려움은 가장 깊은 무의식 속에 들어가 우리를 짓누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저자는 “죽음은 오랜 길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우리와 함께 있다. 우리 삶은 무상하고 부서지기 쉬우며 우리의 운명은 불확실하다.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의도는 그 사실을 생생하게 만드는 것, 그 사실을 우리 앞에 끌어내는 것,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것이다. 어느 성찰이건 실생활에 사용하는 성찰이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죽음 알아차림은 곧 무상 알아차림이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잘 죽는다는 것은 집착을 만들어 내는 한 생각, 나라고 하는 한 자아, 한 몸의 죽음이다. 하지만 그 알아차림은 한 번 성공했다고 평생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알아차림을 멈추는 순간 자의식은 다시 생겨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죽을 때까지 바로 이 자리, 나의 일상에서 꾸준히 수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삶의 순간순간 속에서 죽음을 의식하고 알아차리는 것’은 결코 삶을 어둡게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생생하고 풍부하게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근원은 물론 수행이다. 책 뒷부분에 ‘명상 초보자를 위한 수행법’을 부록으로 덧붙인 이유다. 단순하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죽음공부에 다름 아닌 책을 통해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12호 / 2017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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