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과 반목의 시대에서 긴장완화를 거쳐 통일로 향하는 시점을 마련한 이번의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은 분단 55년만에, 그것도 새 천년의 원년에 7천만 겨레에게 안겨준 최대의 선물이요, 희망이었다.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연합·연방제의 공통점 인정, 이산가족 상봉, 경제협력 및 다방면의 교류 활성과, 당국간 대화 재개 등 5개항에 이르는 합의는 그 동안 남북 사이의 현안을 거의 망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첫 회담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성공적 합의를 끌어낸 두 정상의 민족과 역사를 생각하는 통찰력과 대승적 용단에 존경과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두 정상간의 합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이 합의를 하나 하나 실천에 옮기는 후속조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은 예기치 않은 갈등과 견해차에 봉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더 큰 어려움이 정상간에 맺어진 합의를 구체화하는 것일 수 도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 상대를 사랑하고 아끼며 존경하고 존중하는 동포애의 발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더 많이 양보하고(보시), 합의원칙을 충실히 지키며(지계), 더 많이 물러서고 인내하며(인욕), 남과 북의 현안이 완결될 때까지 지침 없이 굳건해야 하며(정진), 더 많이 고민하고 더 깊게 생각하며(선정), 거기에서 나오는 통찰력으로 민족공영의 길을 찾는(지혜)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쪼록 21세기 초입에 들어 어렵게 마련한 민족 화해와 통일, 그리고 번영의 전기를 살림으로써 현명한 민족임을 만방에 떨치는데 촌음도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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