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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불타는 미국 흑인교회

기자명 공종원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미국동부와 남부에 걸친 광범한 지역에서 최근 교회들이 계속 불에 타고 있다. 그 가운데는 90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깊은 교회도 있고 50년 역사를 가진 교회도 포함되어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들 교회들이 모두 흑인교회라는 점이며 화재의 원인도 방화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방화사건이 미국의 동˙남부지방의 광대한 지역에 걸쳐 무려 20개 이상의 교회를 희생의 제물로 삼았다는 점이다. 물론 방화자는 체포되지 않았다. 고도로 지능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방화를 저질렀기 때문에 증거를 잡히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사실로 몇가지 분명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 교회에 마음과 정신을 의지하고 살고 있는 수많은 흑인들이 자신의 생명이 끓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그 하나다. 미국이 자유의 천지이며 잘 사는 나라의 대표로 알려지고는 있으나 그리고 인종차별이 없는 평등의 국가로 알려지고는 있으나 내면적으로 존재하는 흑백차별의 사회적 문제를 안고 살고 있는 수많은 흑인들이 그래도 마음을 달래고 건강하고 선량하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그들의 교회였는데 그 교회가 누군가에 의해 불타없어지면서 흑인들의 고통이 더욱 심각하게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부각되는 것은 이렇게 흑인교회만을 대상으로 방화하는 집단의 무서운 의도다. 미국남부는 흑인노예제도의 유습이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쿠 클럭스 클런이라는 백인들의 비밀결사가 인종차별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흑인을 불법적으로 처치하고 있던 곳이기도 하다. 그들의 비행이 물론 지금 많이 줄기는 하였지만 백인우월주의를 맹신하는 백인 기독교들의 만행은 그치지않고 있다. 흑인교회 방화는 바로 그런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자들의 소행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분명한 증거가 포착되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지견을 가진 사람은 그걸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미국 대통령 자신이 그점은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자신 백인이기는 하지만 클린턴은 `인종차별 주의자'들의 음모가 이들 방화사건에 틀림없이 개재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들의 만행을 응징해야한다고 분명히 경계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더욱 개탄하게 된다. 서울의 본원정사를 비롯해 화계사와 삼성암등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방화사건이 불교계에서 는 분명히 이교도 광신자의 소행이란 것을 누구나 의심하지않고 있지만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공직자는 어느한 사람도 없다. 방화범을 체포하지 못했다고해서 그런 확신을 표하지 못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일이다.

적어도 드러난 방화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치지도자라면 이교도 광신 집단의 불교 공격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해야 옳은 것이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처럼 취임초부터 개신교 장로로서 종교갈등의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는 불교도들의 피해의식을 쓰다듬는 의미에서도 솔직하게 또 정직하게 이교도 광신집단의 만행을 인정하고 그 재발의 위험을 경고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했을 것이다. 그것이 클린턴과 김영삼 두사람의 개인의 차이인지, 미국사회와 우리사회의 차이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부러운 한장면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지않을 수 없다.


공종원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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