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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정론-정부교육개혁과 승가교육

기자명 향적 스님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교육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개방을 앞두고 교육내용에서부터 교육체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개혁하고 있다. 하도 빨리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어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지, 다른 단체나 기관에서는 어떻게 교육정책을 계획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조차 정신이 없다.

종단의 승가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원은 개혁회의에 의해 개정된 교육법에 따라 자체의 교육기관 체계화를 도모하고 있다.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승가교육개혁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기본교육기관인 승가대학의 교과목정비와 보완 그리고 승가대학 학인수의 하한선을 정해 몇 명을 놓고하는 비효율적인 강원교육체계를 바꾸고 있다. 불교의 미래는 승가교육의 성패에 달려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전력을 질주하고 있지만 강원교육은 적어도 4.5백년이 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기에 전통적 승가교육의 틀을 개혁한다는 것이 쉽지않다.

변화하는 교육현실에 대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과 현재 종단교육의 역사적 무게로 인한 변화의 어려움속에서 고뇌하고 있다. 필자는 교육원장 스님과 함께 교육시찰을 목적으로 5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스리랑카를 방문했다. 불교가 국교인 스리랑카는 스님들의 모든 교육을 교육부의 비구국에서 담당하고 있어서 승가교육을 어떻게 체계화하고 있나 하는 것과 정부가 주관하고 있는 승가교육에 대해 장단점 등 여러가지 사항을 점검하고 파악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현대사회는 국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승가이기에 일반적 학제 도입이 필요한다는 것이 필자가 얻은 잠정적인 결론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대학설치˙운영규정을 개정, 이들을 7월 중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이제 중앙승가대학도 정규대학으로 승격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는 비인가신학대학 등 적어도 40~50개 정도가 정규대학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종교의 형평성 문제제기를 떠나 우리 종단이 이 시점에서 종단교육의 나아갈 바에 대해서도 총체적인 점검과 대안마련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스리랑카에서는 많은 스님들이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있었다. 그것이 교단 내에서는 필요성이 크게 없었지만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승가가 사회와 유리되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승가교육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사회학이나 기타 인접학문을 계속 연구해야 하고 연구하려면 학위는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위가 높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현대인에게 권위를 가지고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제 스님들에게도 불교 이외에 일반 학문을 반드시 접하도록 해야 한다. 현대인들의 관심과 사고를 이해하고 대중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공통의 정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님들이 일반학문의 권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 학문적 흐름과 현대문명을 불교계가 스스로 받아들여 자기화하고 자신의 교리체계 속에서 대안을 마련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불교적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스리랑카도 현재 많은 위기에 직면에 있다고 한다. 사회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비불교적 방법론이 거세게 도전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체와용의 관점에서 불교적 사유체계 사상체계로 굳건히 중심을 이루면서 사회의 발전과 현대문화의 병폐를 치유해 나가지 못한다면 급속하게 변하는 현대사회의 특징처럼 금방 퇴보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스리랑카만이 고민할 내용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깨달음의 사회화 작업으로 이에 대한 학문적 준비가 치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하나 느낀 것은 승가교육에 있어 국제적 시각의 필요성이다. 불교사에서 인도의 학승들이 중국에 건너와서 교리적˙사상적 깨우침을 주었듯이 이젠 국경의 의미가 없는 지구촌으로서 외국의 우수한 학승을 초빙하여 우리의 교학적 미비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단 차원에서 외국의 우수한 교수나 학인들을 우리의 말을 가르쳐서 초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기타교학에 대해 그들과 논의하고 토론한다면 개인적으로 큰 희생을 치러가며 유학을 가는 것도 자체내에서 해소할 수 있으리라. 지금부터 종단적 합의를 통해 하나하나 준비할 때이다.


향적 스님 /조계종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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