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잭과 콩나무 ⑤
23. 잭과 콩나무 ⑤
  • 김권태
  • 승인 2017.12.19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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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은 고통 불러오는 자동적 사고, 무위의 삶으로 전환시켜

동화 주인공 고난 극복해 성숙
이를 통해 고유한 세계관 가져
독립적으로 세상 살기 위한 자원


잭은 뒤를 쫒는 거인을 뿌리치고 지상에 내려와 도끼로 콩나무를 잘라내 버렸다. 거인은 콩나무와 함께 땅에 떨어져 죽었고, 잭은 하늘나라에서 가지고 온 보물들로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다.

동화는 영웅신화와 마찬가지로 ‘분리→고난→귀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행복한 일상을 누리던 주인공에게 갑작스런 시련과 과업이 주어지고, 주인공은 그 고난을 극복함으로서 한층 성숙한 인물이 되어 일상으로 복귀한다. 이것은 ‘의존과 독립’이라는 인간의 영원한 마음주제이며, 관혼상제로 대변되는 인간의 ‘보편적 통과의례’에 관한 이야기다. 이때의 해피엔딩은 고난의 극복을 통해 행복한 결말에 이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세계관을 갖게 하며,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고통에 대해서도 이것이 성숙을 위한 과정이며 그 뒤에 더 큰 열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대부분의 동화는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끝나거나, 또는 ‘새롭게 성취한 마술이나 보물들을 가지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끝난다. 여기서 ‘결혼’은 성정체성의 확립과 내면의 엄마표상·아빠표상에 대한 갈등해결 및 통합을 뜻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배우자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자기 안의 부모표상에 대해 뭔가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성취한 마술이나 보물들’은 독립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아이템과 같은 것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능력, 인내, 상징화, 승화 등을 말한다. 잭은 세 번의 모험을 통해 황금자루와 황금알을 낳는 암탉, 스스로 연주하는 황금하프를 가져왔다. 위험한 모험이 계속될수록 그는 현실에 바꾸어 쓸 수 있는 더 큰 상징과 지혜를 얻어온다. 그는 황금주화는 일회적인 것으로 언젠가는 바닥이 남을 깨달았고, 욕망을 지속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황금알을 낳는 암탉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황금하프를 통해 단순한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욕망을 더 고차원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면의 경험표상들을 현실의 보물로 바꾸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은 금기와 도덕, 언어와 문화를 수용하여 상징세계에 들어갔다는 뜻이며, 또한 세상을 향유하는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관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관에 따라 세상을 해석한다. 어떤 상황이나 자극이 주어질 때 우리는 자신의 신념체계와 인지도식에 따라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이 해석에 따라 정서적·행동적·신체적 반응이 도출된다. 이러한 자동적 사고는 12연기를 마음작용으로 한정해 보았을 때 ‘촉(觸)→수(受)→애(愛)→취(取)→유(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촉’은 감각기관인 근(根)과 감각대상인 경(境), 그리고 마음인 식(識)이 합쳐진 것으로 어떤 상황이자 촉발자극이다. 이 촉발자극으로 인해 우리 마음에는 감각·느낌·정서인 ‘수’가 일어나고, ‘수’의 즐거운 느낌(樂受)·괴로운 느낌(苦受)·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는 느낌(不苦不樂受)에서 괴로운 느낌을 밀어내려는 욕망인 분노(瞋)와 즐거운 느낌을 끌어당기려는 욕망인 탐욕(貪) 등 ‘애’가 일어난다. 그리고 욕망의 지속적 흐름이자 신념체계인 ‘취’가 이어지고, 이에 따라 존재는 어떤 마음상태인 ‘유’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때 ‘촉’과 ‘수’는 과거의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현재의 결과물로서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이 맞게 되는 첫 번째 화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다만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바로 알아차림으로써 우리 마음이 분노와 탐욕으로 물들고 고통으로 번지는 두 번째 화살을 피해야 한다. 또 ‘애’ ‘취’ ‘유’는 미래의 결과물을 만드는 현재의 원인으로서 얼마든지 다른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는 우리의 자유의지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자유의지로 세상 모든 것이 무상·고·무아임을 통찰하고, 지혜를 구하고 자비를 베풀겠다는 삶의 서원으로 삼는다면, 고통과 윤회를 불러오는 자동적 사고는 행하되 행함이 없는 무위의 삶으로 전환될 것이다.

김권태 동대부중 교법사 munsachul@naver.com
 


[1420호 / 2017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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