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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 갔지만 평생 심었던 지혜종자 열매 맺길…”

  • 교계
  • 입력 2017.12.27 17:39
  • 수정 2017.12.29 16:53
  • 댓글 4

직지사, 12월27일 조실 녹원 대종사 영결·다비 엄수

▲ 12월27일 직지사 연화대 앞에 모인 5000여 사부대중이 두 손을 모았다. 조계종단장으로 엄수된 직지사 조실 영허당 녹원 스님의 영결다비식이었다. 연화대에 들어간 불은 녹원 스님 법구를 미련 없이 지수화풍으로 돌려보냈다.
“평생 지혜 종자 심는 일에 매진했으니 이제 보리의 열매가 곳곳마다 열릴 것이다.”

12월27일 직지사 연화대 앞에 모인 5000여 사부대중이 두 손을 모았다. 조계종단장으로 엄수된 직지사 조실 영허당 녹원 스님의 영결다비식이었다. 사부대중은 세수 90세, 법납 77세 일기로 12월23일 직지사 명월당에서 원적에 든 녹원 스님의 덕화와 생전 원력을 그리워했다.

김천 직지사 연화대에서 봉행
전국서 5000여 사부대중 참석
녹원 스님의 법구 애도로 배웅
“원융무애한 모습 벌써 그립다”

“자비롭고 원융무애한 그 모습이 벌써 그립다”는 사부대중의 마음에 종이 5번 울었다. 어산어장 인묵 스님이 영결법요로 다비의 시작을 알렸고,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의 녹원 스님 행장소개에 사부대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1940년 직지사로 출가한 녹원 스님은 13세였던 1941년 탄옹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46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한암 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수지했다. 1958년 조계종 제8교구본사 직지사 주지에 취임한 녹원 스님은 가람을 일신하고 삼보를 외호하며 사부대중을 이끌었다. 1981~1983년 조계종 중앙종회의장을 지냈고, 1984~1986년 조계종 제24대 총무원장, 원로회의 의원을 역임했다. 녹원 스님은 1985년부터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직을 4번 연임하기도 했으며, 2007년 직지사 조실로 추대됐고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특히 첫 불교종합병원인 동국대 일산병원 불사를 일구기도 했다.

▲ 녹원 스님 법구가 지나는 길 앞에 선 끝없는 만장과 스님들.
이 같은 녹원 스님의 행장에 사부대중은 찬사와 함께 유훈을 지남 삼아 정진하겠다고 발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영결사에서 “걸음걸음마다 대가람이 건립되고, 인재가 배출되며, 갈등이 사라지고, 자비의 도량이 일어났다”며 “가는 곳마다 연꽃이 만개하는 맑고 향기로운 일생이었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도 법어에서 “오직 종단과 후학 불사와 가람 불사를 평생 원력으로 삼고 일로매진했다”며 “지혜와 덕망으로서 원융화합을 이뤄 조계종을 반석 위에 우뚝 세움에 모든 종도들의 귀감이 되니 수행자의 참모습을 보였다”고 녹원 스님을 기렸다.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은 “재가불자가 있어야 한국불교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격려와 가르침을 명심하겠다”며 “스님이 일궈 놓은 보살행의 발자취를 후대에 올곧게 전하고 종단 외호단체로서 더욱 정진하겠다”고 발원했다.

수행자로서 녹원 스님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사부대중은 숨기지 못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은 추도사에서 “큰 목소리로 슬픔에 잠겨있는 삼라만상을 일으켜 세우시라. 떠난 빈자리가 너무 크다. 그 빈자리 채우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호성 스님도 “비록 법체는 오늘 우리 곁을 떠나지만 유훈과 유업은 후세에 길이 남아 한국불교와 후학들의 지남이 될 것이다. 한없는 자비로 원융무애한 스님이 벌써 그립다”고 했다.
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은 “본분을 지키는 일이 정진이요, 출가 초발심을 그대로 견지하는 게 부처님 제자로서 바른 수행자의 길이라고 했다”며 “겨울나무들은 잎을 다 떨궈 낸 채로 한 켜의 나이테를 만들 듯 스님의 가르침은 끊임없는 지혜의 물결을 만들어 깨어있는 사람들 속에서 세세생생 이어질 것”이라고 녹원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 사부대중은 세수 90세, 법납 77세 일기로 12월23일 직지사 명월당에서 원적에 든 녹원 스님의 덕화와 생전 원력을 그리워했다.
중생을 다 건지겠다, 번뇌를 다 끊겠다, 법문을 다 배우겠다, 불도를 다 이루겠다는 사부대중의 사홍서원이 녹원 스님을 배웅했다. 파계사 조실 도원 스님은 ‘찬란했던 그림자 거두니 한 물건도 없다’는 7언 절구의 추모게송을 60년 도반의 이번 생 마지막 여정 앞에 부쳤다. 그리고 연화대에 들어간 불은 녹원 스님 법구를 미련 없이 지수화풍으로 돌려보냈다.

“찬란했던 그림자 거두니 한 물건도 없어라(燦影息了無一物)
허공을 비추듯 밝고 맑아 티끌 한 점 없네(瑩若暎虛絕點瑕)
이에 함께 걸었던 70년 세월이 생각나(因憶同行七十年)
지팡이 짚고 푸른 동산에서 떨어진 꽃을 밟아본다(携笻綠園踏殘花).”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대구지사=김영각 지사장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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